하우어워스 회고록 한나의 아이
Posted 2016. 7. 27.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지난 주말은 열대야에 33, 4도에 이르는 푹푹 찌는 더위로 참 무더웠지만, 목요일부터 읽기 시작한 책 한 권을 끝내는 재미로 보냈다. 막 번역돼 나온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의 회고록 『한나의 아이』(Hannah's Child: A Theologian's Memoir)는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일급의 신학자가 2010년 70세를 맞아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묵직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신학자의 회고록이란 부제를 붙인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한나의 아이라니, 책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면서 읽기도 전에 호기심과 흥미의 침샘이 충분히 자극됐다(그의 이름이 사무엘이 아니듯이 모친도 한나가 아니었다. 조애나는 아이를 주시면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많이 읽지 않아 그리 친숙하진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라 느껴왔던 비폭력 평화주의자 하우어워스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기술했을지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텍사스에서 벽돌공의 아들로 자라면서 벽돌을 쌓는 조적공으로 일하고, 사우스웨스턴과 예일에서 공부하고, 가톨릭대학인 노터대임(과거엔 노틀담으로 옮기기도 했다)과 듀크에서 오래 가르치고 책을 써 온 그는 내밀한 가족사를 비롯해 동료 선후배 학자들, 행정가들, 사역자들과 나눈 우정을 솔직하게 묘사해 5백 면이 넘는 학자의 회고록이란 선입견이 무색하게 소설처럼 잘 읽혔다.
그 중에서도 양극성 장애(조울증)란 정신질환을 앓았던 아내 앤과 24년간 살면서 아들 아담과 함께 살아남고 견뎌낸 이야기(결국 이혼하고 폴라와 재혼하게 된다)가 한 축을 이루고, 감리교 배경에서 출발해 가톨릭, 루터파, 성공회를 두루 경험하는 교회 생활(스스로를 '고교회파 메노파'라고 재치 있게 묘사하기도 한다)과, 대학을 중심으로 한 강의와 저술 활동이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바르트와 비트겐슈타인에게 크게 영향 받고 한 시대를 풍미한 니버, 매킨타이어, 요더 등 내가 이름을 들어본 이들 외에 여러 신학자들과의 교류와 논쟁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이런 대목은 내가 신학, 특히 윤리학 분야에 아는 게 없어 그냥 눈으로 훑으며 지나갔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다. 그에게 배워 박사 논문을 써 낸 이가 50여 명에 이른다니, 가히 일가를 이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손자들에게 돌아가신 할머니를 소개하는 긴 편지, 아버지의 장례식 설교, 듀크에서 좋은 멘토였던 토미 랭퍼드를 위한 추모사와 9·11 당일 수업에서 한 기도문, 타임지 기고문 등이 실려 있는데, 삽화 역할을 해서 읽기 좋았고 그의 면모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매일 달렸고, 우정의 은사와 유머 감각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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