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페미니스트
Posted 2016. 9. 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두어 주 전 한겨레 금요일판 책 섹션의 커버 스토리는 <페미니즘 출판 전쟁!>이란 흥미로운 타이틀 아래 요 근래 부쩍 읽히고 있는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몇 권 소개했다. 국내외 여성 저자들의 책들이 만권 안팎으로 제법 많이 팔리고 있다는데, 그렇잖아도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궁금하던 차에 좋은 가이드가 됐다. 그 가운데서 양손을 턱에 괴고 코믹한 표정을 짓고 있는 퍼듀 대학 교수이며 소설가인 흑인 여성 록산 게이(Roxane Gay)가 쓴 Bad Feminist(2014)가 눈에 띄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책은 목차와 서문만 훑어보고 놔두었다가 한참 있다 보기 시작할 텐데, 한두 챕터만 읽어보자는 게 재미가 있어 야금야금 다음 챕터까지 읽게 만들면서 하루에 백 페이지씩 사나흘에 걸쳐 다 읽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타이틀과 함께 글솜씨와 설득력까지 있는 열 면 안팎의 에세이들은 금세 저자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딱딱하고 전투적인 이론서가 아니라, 문화 비평을 지적 수다와 버무려 들려주는데, 이 주제에 대해 별 식견이 없는 내게 좋은 오리엔테이션이 됐다.
지금은 종이판이 안 나오는 격월간지 <if>를 가끔 훑어보는 게 다였고, 이 이슈의 대명사가 된 듯한 정희진은 물론이고 작년에 mansplain(man+
정말 쎈 근본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길 만나면 생각이 어찌 바뀔지 모르겠지만, 록산 게이는 자신이 겪은 어려운 경험들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차분하게 들려주고, 중간중간 특유의 유머 감각을 선보이면서 자뭇 유쾌하게 페미니즘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었다. 자신을 나쁜 페미니스트라 자처하지만, 내 보기엔 말이 통하는 괜찮은 페미니스트 같아 보인다.
● 『나쁜 페미니스트』(사이행성, 2016, 37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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