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가 쓴 초기교회 사회사
Posted 2016. 9. 10.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가 20년 전인 1996년에 쓴 The Rise of Christianity: How the Obscure, Marginal Jesus Movement Became the Dominant Religious가 『기독교의 발흥』(좋은씨앗, 2016)으로 번역 출간됐다. 올여름에 열렸던 선교한국 대회의 추천도서 중 하나였다는데, 북테이블을 둘러볼 때만 해도 모르다가 교회에서 김형국 목사가 데살로니가 교회를 텍스트로 "전혀 새로운 공동체"란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당시 도시를 이해하는 참고 도서로 소개해 알게 됐다.
타이틀이 신학논문 제목처럼 딱딱하고 약간 생경해 보여 재미 없을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발흥은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별로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물론 대중적인 에세이가 아닌 논문투의 글이라는 건 예상해야 한다. 모든 걸 날로 먹을 순 없는 법^^). 초기 기독교를 이해하는 핵심요소 가운데 하나지만, 일반적인 설교에서는 별로 언급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1-5세기 도시의 상황을 그려볼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 하다.
도시 인구(저자의 추정치에 따르면 그레코-로만 4대 도시는 로마 65만, 알렉산드리아 40만, 에베소 20만, 안디옥 15만), 주거 환경과 위생(엄청 열악), 자연 재해(지진, 화재, 역병 등), 여성의 역할(성비, 혼인 연령, 낙태 등), 개종과 순교 등 초대 교회의 배경과 이면에 대해 데이터와 자료에 기반해 다루는데, 교회사를 전공한 신학자의 시선이 아니라 사회과학적 방법론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 듣고 이해했던 것보다 어떤 면에선 더 설득력이 있고 흥미진진해 보였다.
이런 책은 성경을 답이 뻔한 영적 교훈 위주로 정지된 화면 바라보듯 하는데 익숙한(그치는) 우리를 흔들고 깨워서 당시의 시끌벅적하고 냄새 나고 온갖 욕망이 꿈틀거리는 역동적인 거리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가 던져놓음으로써 입체적으로 현장을 살펴보면서 도대체 당시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고 돌아갔는지를 보게 만든다. 소위 맥락을 이해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비유컨대 흑백 화면으로 보던 걸 컬러, 그것도 3D로 보는 묘미를 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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