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사다리
Posted 2016. 9.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이사철이 됐는지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아파트 주차장에 이삿짐 회사 로고가 새겨진 차량과 고가 사다리용 차량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난 8월 같은 미증유(未曾有)의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나날들에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보이곤 했다. 밤새 주차 라인에 주차된 차들이 알아서 빼 주거나 연락 받고 차를 옮겨주는 일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우리가 이 동네에 처음 생긴 아파트로 이사 올 때만 해도 - 벌써 20년이 조금 더 지난 일이 됐다 - 엘리베이터로 이삿짐을 나른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고가 사다리 없이는 택도 없는 일이 됐다. 이삿짐을 부리거나 실어 나를 트럭 옆엔 고가 사다리 차량이 공중에서 바람과 짐의 하중을 견디도록 지면에 기둥을 설치해 단단히 고정시키는 안전 작업부터 한 다음(3/28/11)에 몇 단에 걸쳐 길고 높다란 코끼리 코를 뽑고, 목표층의 베란다까지 들이민다.
인부들이 짐을 베란다로 나르면서 짐판에 어느 정도 짐이 실리면 리모컨을 작동시켜 빠른 속도로 이삿짐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신속하게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베란다를 통해 우리 동이나 옆 동에 고가 사다리가 놓이는 걸 보고선 어느 집이 이사가는구나, 하고서 한두 시간쯤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내다 보면 어느새 고가 사다리가 코를 말고 철수돼 있곤 했다. 이 동네로 이사와선 아직 한 번도 이사하지 않았는데, 언제쯤 이 신세를 지게 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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