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인지 바위인지
Posted 2016. 11.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산길 풍경이 갈색에서 회색조로 변해 가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색도
아니고 쥐색도 아닌 쓸쓸한 이맘때 색이다.^^ 군데군데 녹색도 남아 있고, 단풍도 다 떨어지지 않고
적당히 달려 있으며, 낙엽도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았으니 춥고 황량해 보이는 겨울색은 아니다.
처음엔 약간 차가운 느낌이 감돌지만 오르내리노라면 적당히 좋아지는 기분에 꾸준히 산을 찾는
이들로 산행이 고독하지도 않다.
오랜만에 오른 검단산에서 내려오다가 헐떡 구간에서 뿌리를 드러낸 게 꼭 바위 같아 보이는
나무를 봤다. 경사가 심해 이 쪽 방면으로 올라올 땐 헉헉거리면서 다리가 후들거리게 만드는 덴데,
나무도 기울어 자라면서 큰 뿌리가 돌출돼 있었다. 얼핏 보면 색이며 모양새가 등산로로 놓은 커다란
돌의 단면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옆에 놓인 바윗돌 만큼이나 단단하고 차가운 게 둘의 차이가
거의 없어 보였다.
헐떡 구간을 거의 내려올 때쯤 그 반대로 보이는 나무와 바위를 만났다. 이번엔 커다란 바위 옆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바위의 허연 단면이 마치 뿌리를 옆으로 길게 내리고 누워 있는 모양새와
흡사해 보였다.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에야 어울릴 것 같은 바위와 나무가 이렇게 근거리에 붙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 둘은 서로 뭐가 그리 좋은지, 아니면 서로 붙어 수년에 걸쳐 함께 있다
보니 구분과 식별이 안 될 정도로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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