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서만 조망되는 것
Posted 2016. 11.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십여 년 동네산 검단산을 오르면서 수없이 강 건너 있는 예봉산을 바라봤는데, 지난주에
처음으로 예봉산 오르는 둥산로를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늦가을이지만, 아직 온 산이
낙엽천지는 아니고 나뭇잎들이 달려 있을 때라 저렇게 확연하고 시원하게 등산로를 드러낼 때가
아닌데도 그날 따라 선명한 궤적을 보여주었다. 약간 줌을 당겨 흐릿해 보이고, 카메라
여기저기에 먼지가 들어가 상태가 안 좋긴 해도 나로선 대박 사진울 건진 셈이다.
그 동안엔 왜 이리도 분명하게 보이는 등산로를 조망할 수 없었을까? 저 길을 수십 차례
안 다녀본 것도 아니고(그래서 대충 어디쯤인지는 알고), 등산로를 찾아보려는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산에 오르면 본능적으로 건너편 산세를 보게 마련이니), 이상하게도 전망대나 정상에서
바라볼 때 저 길이 보이지 않았다. 흡사 동해안을 그대로 그린 것처럼 보이는 게 우리나라 지도를
빼닮아 보여 신기했다.
팔당역에서 오르는 예봉산 주등산로 중 하나인 저 길은 마른 흙먼지와 긴 등산계단 두 개를
통과해야 하는 조금은 빡쎈 코스로 몸이 기억하고 있다. 7백 미터가 채 안 되는 동네산인지라
하팔당 등산로 초입에서 빠르게는 한 시간 조금 더, 천천히 가도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면 충분히
정상을 밟을 수 있는데, 검단산보다 약간 난이도가 있다. 우리집에선 가깝지만 차를 갖고
팔당대교를 건너야 하고 주차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올해는 못 가고 있다.
검단산 너덜 구간 바위 위에 서면 왼쪽으로 한강 위에 세워진 팔당대교와 강 건너편 덕소가
보인다. 사진 왼편 윗쪽은 미사리이고, 아래쪽으로 팔당대교 못 미쳐 이번에 생긴 스타필드가
보이는데(이 사진에선 짤렸다), 특별한 풍경은 아니다. 역시 검단산 정상에서 조망하는 멋진 풍경은
두물머리 양수리 쪽과 예봉산 너머 보이는 양평 쪽 구비구비 산세들인데, 그 사진들은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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