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볼과 자살골
Posted 2016. 12.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어제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234표, 80% 가까운 찬성율로 가결됐다. 통과는 되겠지만
200표를 살짝 넘기거나 10-20표 정도 더 나오지 않겠나 하던 언론과 정치권의 예상치를 훨씬 넘겨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다. 친박 진영에 숨은(shy) 찬성표가 예상보다 많았던 모양이다. 그들도 빗발치는
퇴진과 열화 같은 탄핵 요구에 마냥 귀를 막고 있을 순 없었고, 옛날처럼 우리가 남이가 하기엔
이미 임계치를 훌쩍 넘은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보고,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긴 것 같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누가 예측하거나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임기 내내 형편 없는 플레이로 똥볼을 차면서 관중들의 혀를 끌끌 차게 만들고 화를
돋구긴 했어도, 워낙에 불통이라 남 얘기 안 듣고 입 딱 씻고 브레이크도 없이 광란의 질주를
하더니만 급기야 막판 자살골로 일거에, 일순간에 역전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건 함께 이전투구를 벌이던 야당의 승리가 아니다. 이들도 실력이나 전략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냈지만, 그래도 뻘짓은 덜하다가 상대의 치명적인 자살골로 어부지리를 얻은 데 불과하다.
판세가 뒤집히기 어려운 정도이긴 해도 경기 종료 휘슬은 아직 안 불렸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또 어떤 꼼수나 마법을 부리기 전에 새 진용을 갖추고 화려한 개인기건 멋진 팀플레이건
제대로 된 득점을 올려서 시원한 승리를 해야지, 자칫 죽 써서 개 주거나 다 된 밥에 재를 뿌리진
말아야 할 텐데, 세상에 쉬운 건 없는 모양이다. (사진은 인터넷 한겨레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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