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산행
Posted 2017. 2.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모처럼 눈다운 눈이 내리고 일주일이 되는 동안 이러저런 핑계로 못 가다가 대충 일을 끝낸
수요일 오후에 안 되겠다 싶어 집앞 검단산을 향했다. 1월을 건너뛰고 2월 첫날 올해 들어 처음
찾는 검단산 눈길 산행이다. 텀블러에 더운 물을 넣고, 아이젠을 챙긴 다음 장갑을 끼고 집을 나섰다.
뺨으로 체감하는 온도는 영하 10도는 되는 것 같았는데, 산길엔 눈이 소복하니 쌓여 반겨주었다.
겨울 산행은 눈길이 아니더라도 힘들다. 다른 계절에도 유길준 묘역 방면 등산로는 묘역 위
능선에서 만나는 벤치, 팔당이 내려다 보이는 돌출 전망 바위 등 두세 군데 고비가 있어 이쯤에서
돌아갈까를 고민하게 만들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그 고비를 넘기면 정상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다리 힘이 빠지면서 숨이 헉헉 차오르는 첫 번째 고비를 어떻게든 견디고 버티는 게 관건이다.
나무건 돌이건 눈으로 덮인 등산로 계단들은 오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신날 정도는 아니지만,
이 시간 산에 안 왔으면 어디서 이런 기분과 감흥을 느낄 수 있으랴를 연발하면서 무거워진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옮길 힘이 생기게 만든다. 앞서 밟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눈계단길 궤적을
바라보며 따라 걷는 재미는 눈길 산행의 큰 매력 가운데 하나다.
물론 멋져 보이는 눈계단길은 낭만만 있진 않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으면서 헉헉거리고
헐떡거리게 만드는 돌계단길은 어지러워 보이기도 하고 슬쩍 겁시 나게도 만들지만, 정 힘들면
중간에 한 번 쉬었다 가면 되지 하면서 걸음을 옮기다 보면 대개는 쉬지 않고 올라가게 만든다.
이런 저런 눈계단길이 열 개는 족히 되는 것 같은데,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과
조금 더 가면 능선에 이르러 거긴 좀 수월하게 걸을 거란 희망이 발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