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추는 눈나무
Posted 2017. 2.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눈길 산행을 하다 보면 온 세상이 하얗게 멀리 넓게 바라보이는 설경만 아니라, 다른 계절
같았으면 별로 눈에 띄지 않았거나 주목하지 않았을 풍경이 연출돼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눈이 아니었다면 이렇다 할 특색 없는 평범한 풍경인데, 눈이 날리고 쌓이면서 특별한 풍경을
그려내는 것이다. 검단산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능선을 걷다 보면 멋지게 휘어진 소나무를
볼 수 있는데, 멋지게 휘어진 가지 위에 눈이 쌓인 모습이 근사해 보인다.
하나 하나 하얗게 채색한 나무도 멋져 보이지만, 마치 군무를 추는 것 같은 숲 풍경은 발걸음을
쉬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가까이 서 있는 휘어진 나무는 극중 솔로를 추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다리던 눈이 온 게 이들도 좋고 신나기 때문일 것이다. 가뭄을 해소하는 수분도 공급 받았으니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팬 서비스 차원에서 신명 나는 춤사위 한 판 제공하는 것이다.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 맞은 겨울 나무들은 그림이 따로 없다. 자연이란 화가의 멋진
붓질은 죽은듯 보였던 겨울숲에 작은 다이나믹을 선사한다. 아직 초록은 안 보이니 생동감까진
조금 거창하고, 정중동 부드러운 움직임이 포착된다. 아마 눈이 쌓이지 않았다면 황량한 나무들의
움직임은 거의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이제 보니 이들은 눈에 갇힌 게 아니라, 눈을 뚫고, 눈과
어울리면서 햇볕을 받아 빛나는 겨울을 노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