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송 눈길
Posted 2017. 2.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집앞 검단산(657m)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오르거나 그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쉼터
어간에서 길게 도열한 낙엽송 구간을 만난다. 나즈막 경사진 등산로 양방향으로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낙엽송들이 마치 우후죽순처럼 빽빽하게 서 있어 한여름에는 서늘한 그늘을 이루고,
제법 광범위하게 심겨 있는 모습이 볼만해 잠시 멈춰서서 한 바퀴 휘 둘러보게 만든다.
사철 보기 좋고 오르기 좋지만, 한겨울 그것도 눈 내린 낙엽송 구간은 남다른 정취가 있다.
위로는 낙엽들이 다 떨어져 뻥 뚫린 하늘에, 아래로는 눈길 등산로가 묘한 대조와 균형을 이루면서
약간 낯설지만, 웬지 기분 좋은 우리 동네, 그러면서도 살짝 우리나라 같지 않은 느낌을 준다.
검단산에서 두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등산 구간이 아닐까 싶어 여러 번 포스팅하곤 했다.
찬찬히 살피다 보니 위로만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 사이로 땅바닥에 길게 누워 있는 것들이
여럿 보였다. 아마 다른 것들은 감추는 눈길이라 더 잘 보였는지 모르겠는데, 주위에 함께 심긴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정리된 나무들 같았다. 심을 땐 몰랐는데, 자라나 보니 너무 조밀하게
심겨 그대로 두면 나무의 성장이나 보기에도 안 좋을 것 같아 손을 댄 모양이다.
한두 그루 정도가 아니라 경사면 여기저기에 제법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는데, 일일이
옮겨 깨끗하게 만들지 않은 것도 심심해 보이지 않아 좋았다. 세로들 사이에 가로들이 말을 거는
모양 같기도 해서 재밌게 보였다. 날이 풀리고 인부들 작업하기에 수월한 날씨가 되면 계곡 옆
같은 데에 한데 모아 쌓아두겠지만, 자연 그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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