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북문 돌담의 미학
Posted 2017. 4.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성문과 성곽으로 이루어진 산성의 돌담은 아름답다. 성은 일반적으로 안팎의 높이가 다른데, 성곽 돌담은 대체로 익숙한 생활현장인 안에선 나즈막하지만 방비가 목적인 밖에선 높게 보인다. 웬만한 공격엔 버티고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두께도 상당해 안팎의 모양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양쪽으로 성곽을 끼고 서 있는 성문은 더더욱 위용을 갖추게 마련인데, 성문 주위의 돌담은 성곽에 쓰인 돌보다 더 크고 모양도 신경을 써서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들이 많다.
남한산성엔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성문이 있고, 그보다 많은 작은 암문들이 있다. 서울 방향에서 오르면 서문에 이르고, 하남에선 북문, 광주에선 동문, 성남에선 남문을 통과하게 된다. 산성에 오면 한 시간에서 반나절 정도 시간을 들여 성을 따라 반 바퀴 또는 한 바퀴 돌고 싶어지는데, 등산객들은 자신이 통과한 문을 기점으로 좌로나 우로 돌면 되고, 차로 오는 이들은 주차장에서 북문이나 남문 방향으로 걸어가 역시 어느 쪽으로든 돌다 보면 제자리에 이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산성을 걷다 보면 무너져 방치됐던 성곽을 새로 보수해 놓은 것들에 눈길이 가기도 하고, 성문을 둘러싼 거대한 돌들에 발걸음이 멈춰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북문 방향으로 가 보니, 성문을 지지하는 돌담이 새삼스레 멋져보였다. 대체로 크고 반듯한 돌들을 고르고 다듬어 얹었는데, 삐쭉빼쭉 생긴 툼새는 작은 돌로 메꾸고, 그보다 더 작은 구멍은 짱돌로 채워 넣은 게 절묘한 균형감각은 물론이고, 긴장을 풀게 만드는 해학이 담겨 있는 것 같은 따스한 느낌도 전해 받을 수 있었다.
같은 크기로 기계로 반듯하게 깎아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고, 눈대중으로 구할 수 있는대로 끼워 맞춘 것 같으면서도 나름 정교하게 층층이 칸칸이 얹은 돌담을 보노라면 허허실실이란 게 이런 게 아니겠나 싶어진다. 북문 안쪽의 오른쪽 돌담 한 구석만 바라봐도 이런저런 감흥이 생기는데, 바깥쪽은 물론이고, 서문-남문-동문의 돌담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찾는이들과 눈을 맞춰올 테니 성문 돌담만 훑어보는 것도 괜찮은 시간이 될 것 같다. Shall we 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