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의 철쭉
Posted 2017. 5.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주말 오후 간만에 검단산을 찾았다. 비 예보가 있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접는 우산을 배낭에
꽂고 슬슬 올라갔다. 천천히 걷다 보니 여러 번 추월당했지만, 바쁠 거 없어 이리저리 둘러보고
많이 올랐다 싶으면 잠시 쉬어주면서 오르내리다 보니 다른 때보다 한 시간은 더 산에 머문 것 같다.
3시도 안 됐는데 주위가 어두워지는듯 싶더니 정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사나운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30여분간 요란한 비바람을 뿌려대 우산을 펴 들고 주춤거린 탓도 있긴 하다.
시간 반이면 올랐을 정상이 두 시간 조금 더 걸렸는데, 5월 주말치고는 등산객이 적어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오늘 산행 테마는 오월 철쭉 구경인데, 진달래 이후 철쭉 구경을 못하다가
정상에 가까울수록 남아 있던 철쭉들이 기다렸다는듯이 반겨주었다. 흥미진진했던 대선 정국을
보내며 산을 잘 찾지 않다 보니 그새 철쭉이 많이 지고 거의 끝물에 접어들었는데, 한 주 뒤에
왔더라면 올해는 못 보고 그냥 넘어갈뻔 했다.
6백 미터대의 검단산은 꽃인심이 후하지 않아 꽃구경하기 좋은 산은 아닌데, 그래도 이맘때면
산 위에 철쭉이 조금 피어나 헉헉거리며 올라온 산객들을 반겨준다. 특히나 정상으로 진입할 땐
분홍과 진홍의 철쭉 군락이 결승점을 앞두고 연도(沿道)에 늘어선 환영인파처럼 흔들거리면서
맞아주어서 산행의 피로를 싹 씻어주니, 이맛에 오월 철쭉을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내년 철쭉은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제때 영접해야겠단 다짐을 하며 눈에 가득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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