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검단산 낙엽송
Posted 2017. 5.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동네산은 다녀도 먼 데 산을 찾아다니는 산악 마니아도 아니고 평범하고 안전 위주라 여간해선 우중산행을 안 하게 된다. 그래도 가끔 불가피하게 등산 중에 비를 맞을 때가 있다. 한 시간 이상 산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면 도리없이 비를 맞아야 하고, 다행히 우산이나 우비가 있었다면 꺼내서 쓰고 산행을 계속해야 할 때가 있다. 보통 때에 비해 피로도는 조금 더하지만, 나름대로 강점도 있는데, 중간에 비가 그친 후의 쾌적한 풍경이나 물안개 피어오르는 풍경 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도 그랬다. 검단산 정상을 1km 정도 남겨두고 갑자기 요란한 비바람을 맞았다. 그것도 막 바위 구간을 지나가고 있는데 커다란 천둥소리와 겁나 번쩍이는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에 급히 우산을 폈지만 바람에 뒤집히길 거듭하다가 다행히 30분쯤 뒤에 그쳤다. 슬쩍 겁도 났지만, 이왕지사 툴툴 털고 내려와 키 크고 바닥은 붉은 빛을 띠는 낙엽송 구간에 이르렀다. 비가 뿌려댄 흔적이 남아 질척거리는 데도 있었지만, 언제 비가 왔냐는 듯 5월 신록과 신선한 숲향기에 눈이 시원하고 코가 즐거웠다.
비를 머금은 나무들은 더 어두운 색을 띠면서 바닥에 깔린 낙엽송 이파리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검단산 낙엽송 구간은 철마다 서로 다른 풍경을 연출하면서 다양한 정취를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내가 만약 그림을 그릴 줄 안다면 이 뛰어난 색감에 제법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비가 그친 뒤라 뒤늦게 올라오는 이들이 보였는데, 눈을 들어 바라보는 낙엽송 구간을 통과하는 발걸음이 시원했을 것 같다.
검단산 늦가을 낙엽송 (11/30/14) 낙엽송 눈길 (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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