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벤치, 기린 의자
Posted 2017. 7.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산에서 두어 번 악어를 본 적이 있다. 비싸게 팔리는 가죽지갑이나 가방 만드는 등껍질은 제거하고
매끈하게 다듬어 사람을 앉히는 벤치가 된 녀석들이었다. 검단산에서 본 건 잘려나가면서 조금 남겨둔
가지 단면이 영락없는 악어 눈깔이고, 길다란 대가리며 역시 길고 반듯한 몸체도 패여져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어 지나다니는 등산객들을 어지간히 많이 앉혔었나 보다. 산에 사는 악어 (3/28/14)
얼마 전엔 모락산에서 기린도 봤다. 다리와 몸체와 분리된 채 길다란 목이 누워 있었는데,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걸 한탄하는 건지 머리를 들고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악어만큼 커다란 눈이
애잔해 보였는데, 얼굴 부위에 뒤집어쓴 하얀색 분말이 표정을 리얼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긴
저리도 긴 목을 하고 서 있으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