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산행
Posted 2017. 8.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올여름 장마가 끝나가던 요 며칠 출퇴근길에서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부엌 창에서 바라보는
검단산과 예봉산은 물안개로 정상부와 중턱이 아스라하게 잠겨 있었다. 이런데도 안 오느냐는
성화를 견딜 수 없어서 토요일 새벽 집을 나섰다. 전에는 차로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의 예봉산, 예빈산,
운길산과 양평 청계산, 백운봉을 여러 번 갔지만, 요즘은 적당한 주차공간 찾는 게 번거로워 그냥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검단산만 가게 된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앞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검단산과 왼쪽으로 보이는 예봉산을 한 장씩
찍었다. 여름날 해가 이미 뜬 시간이어선지 물안개가 많이 걷히고 옅었지만 정상부를 감싸고 있었다.
휘리릭 날아서 순간이동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언제나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옮겨야 한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어선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등산객들이 여럿 있었다. 난 이제 시작인데, 벌써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쉼터 지나 곱돌약수터 지나 헬리콥터 착륙장까지 가서 정상부를 조망하는 게 1차 목표였는데,
미션을 클리어하니 내친김에 정상까지 갔다와야겠다는 힘이 생겼다. 예서 내려가는 것도 가오가
안 서고, 까짓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며 헐떡고개를 지나면 될 일이었다, 고 마음이 재촉했다.
긴 헐떡고개를 지나 산곡 쪽에서 오는 능선에 이르니, 이제 정상은 그야말로 Almost there!였다.
검단산 정상으로 난 나무계단과 돌계단 끝으로 마치 동굴처럼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절묘한
그림이다. 저 위로 올라가면 꽤 넓다란 정상부다. 애니고와 산곡 방면은 이 길로 정상에 이르고,
배알미와 전망대 방면은 반대쪽에서 올라 정상에서 만난다. 저리로 올라 그리로 내려가면 나름
종주를 하는 셈이다. 확실히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 막 산행을 즐기기 시작했을 땐 한 시간이면
오르던 길이 이젠 시간 반은 보통, 놀멍 쉬멍 걸으멍 두 시간이 됐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덜 익은 밤송이 (0) | 2017.08.07 |
---|---|
1나무 1담쟁이 (0) | 2017.08.02 |
가장 시원한 의자 (0) | 2017.07.31 |
뿌리 터널 (0) | 2017.07.30 |
악어 벤치, 기린 의자 (0) | 2017.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