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무 1담쟁이
Posted 2017. 8.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여름 담쟁이들의 기세가 맹렬하다. 열과 간격 맞춰 나무를 타고 칭칭 감아 올라가는데, 바위나 나무 줄기 아랫쪽에서 놀다가 어떤 건 거의 10미터 가까이 까마득한 고공행진을 하기도 한다. 하늘로 하늘로 뻗는 나무가 마냥 부러웠던 걸까, 아니면 자신도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목걸이라도 되는 것처럼 웨이브를 주면서 나무마다 한껏 모양도 내고 치장도 했다.
자세히 보면 담쟁이를 거느리지 않은 나무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1나무 1담쟁이 체제다. 담쟁이가 없는 나무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어쩌다 이렇게 끈끈한 공생 관계를 이루게 됐을까. 심심한 나무가 초대한 걸까, 장난치기 좋아하는 담쟁이가 도발한 걸까. 아무래도 상관 없다. 나무와 풀과 담쟁이가 한데 어울린 여름숲이 부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