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전원교회
Posted 2010. 1. 25. 11:37, Filed under: I'm churching/House Church
지난주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점심때까지 교회 기획위원회 밤샘회의가 포천 서운동산에서 있었다. 새벽 4시까지 장장 7시간에 걸친 난상토론을 마치고, 서너 시간 눈을 붙인 다음 아점을 먹고 토요일 오는 길에 그 근처에 잘 지어진 전원교회가 있다길래 위원들과 한시간 정도 둘러봤다.
전원교회라길래 100여 명 모이는 하얀색의 소박한 경량구조 건축물이겠거니 하고 갔는데, 어라! 예배당과 숙소, 운동장과 작은 공원이 완비되고, 뒷편엔 숲길로 이어지는 제대로 된 꽤 큰 전원교회길래 요즘 교회 공간 문제로 마음이 급하던 터에 다들 입이 딱 벌어졌다.
다양한 이름을 단 구내 이정표는 이 교회당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파스텔톤의 교회당은 높은 첨탑과 함께 탐날 만큼 멋지게 지어져 있었다. 얼핏 봐선 미국 교회처럼 보인다. 밖에서 대충 봐도 몇 백 명은 수용할 만한 규모였다. 근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이 건물 웬지 낯설지가 않다. 어디서 본 것 같아 기억을 되살려 보는데, 그래, 데자뷰! 대여섯 해 전 당시 김용태 목사가 강의해 달라고 했던 청년부 수련회가 열렸던 곳이었구먼. 그때만 해도 파워포인트를 할 줄 몰라, 강의안을 아래한글로 작성해 그걸 스크린에 키워가면서 강의하곤 했었지.^^
토요일 점심땐데도 내일 또는 조만간 있을 행사를 위해 연습하는 친구들이 예배당에 나와 있었다. 방송용 키다리 이동 카메라가 설치된 걸로 봐, 이 방면의 교우가 있나 보다. 네들은 좋겠구나. 강대상을 치운 강단 전면은 넓고 탁 트인 무대가 되어 객석 어디서나 회중에게 잘 보이는 구조다. 전체적으로 밝고 안정된 원목 컬러가 공간을 따뜻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천장 조명도 정겹고, 무엇보다 높은 천장은 공명이 잘돼 여기서 부르는 모든 노래는 천상의 메아리로 들릴 것 같다.
교회 옆에는 겉으로 봐선 수양관이나 유스호스텔 비스무리하게 지어진 3층 짜리 숙소동이 있었는데, 듣자니 교인들이 와서 쉬다가 주일을 보낸다고도 한다. 농구코트도 있고, 1층 한 구석을 카페로 사용하고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인테리어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한데, 아무렇게나 배열하지 않은 포근하고 화사한 실내 분위기가 지친 손님들을 넉넉히 맞아준다. 거기다가 이 카페의 매니저이신듯한(^^) 예수님의 웃는 초상화와 잘 어울리는 시편 한 구절. 좋구먼! 반말투만 아니면 더 좋았을 텐데.^^ (참고로 우리말 성경은 열이면 아홉 예수님의 말씀을 반말투로 번역하고 있다. 그래서 김규항은 마가복음을 강독한 <예수전>(돌베개, 2009) 본문으로 카톨릭의 200주년 신약성서를 택했다. 이 성서에서만 예수가 반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테이블도 같은 게 하나 없고, 편한 의자와 쿠션들도 각각 잘 어울리게 디스플레이해 놨다. 촌스럽게 테이블만 잔뜩 늘어놓지 않고 선반과 화초, 책장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 놓아 자주, 편하게 들락날락하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그래, 이런 교회 다니는 이들은 주일마다 신나겠구나.
차 값도 싸고 맛있다. 눌러 내린 개인용 커피와 국산차 모두 3천원이고 단팥죽도 있다. 차를 시키면 가벼운 쿠키 몇 개도 함께 내온다. 무엇보다도 이 카페의 서비스 정신을 느끼게 하는 건, 각자 알아서 먹도록 식빵과 토스터기를 구비해 놓고 쨈까지 발라 먹게 하는 놀라운 친절이다.
교회가 모름지기 이쯤은 돼야 하지 않겠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카페였다. 실제 교회 운영이나 교우 구성원들이 어떤지는 몰라도, 적어도 교회당과 카페 모양만 봐도 이 교회 사람들의 체온이 느껴지고, 친절과 관용이 전달되는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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