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더미 묵상
Posted 2010. 1. 26. 17:06,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포천 서운동산에서 장작더미들이 집을 이루기도 하고 작업중에 널부러져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바로 뒤에 산이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이 산 어디선가 줍거나 베어 옮겨 온 것 같다.
넓은 마당은 장작 패기와 모아두기에 적당해 보이고, 층층이 쌓아올린 장작더미가 한눈에도 많아 보인다.
적어도 한 철은 장작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통나무를 벤다고 바로 장작이 되는 건 아니다. 일단 전기톱으로 손에 들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통나무를 벤다고 바로 장작이 되는 건 아니다. 일단 전기톱으로 손에 들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일꾼들은 단면 색깔로 좋은 장작이 될지 그저 그럴지 이미 판기름했는지도 모른다.
단면이 아직 선명한 걸로 봐서 잘린 지 얼마 안 된 나무 같다. 톱밥이 저항의 흔적인 양 바닥에 깔려 있다.
그저 장식용이 아닌 쓸모 있는 장작이 되려면 이번엔 세로로 다시 여러 번 쪼개져야 한다.
나무에겐 고통스러운 일이 될지 모르지만, 난로나 화덕에 들어가려면 다시 도끼나 톱으로 쪼개지고 잘리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장작다워지는 것이다.
잘리고 쪼개진 나무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이렇게 켜켜이 쌓이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버텨야 한다.
낱개로 있을 때는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이렇게 장작더미를 이루고 있으면 보기도 좋고 벌써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쌓여만 있으면 폼은 날지 몰라도 크게 쓸모는 없다.
장작의 본분을 다하려면 언젠가 불구덩이로 던져져야 한다.
쓰임 받지 못하는 장작은 장작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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