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샘을 발견하다
Posted 2011. 5.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예봉산의 여러 코스를 다니면서 샘물이 없는 게 아쉬웠는데, 일주일 전에
드디어 하나 알게 됐다. (새재고개 지나 운길산 가는 길에 없는 건 아니지만,
거긴 내 나와바리가 아니다^^) 율리고개 빙향으로 계곡길을 오르다 보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줄어들면서 돌길이 끝나고 평탄한 길이 나온다.
이 길에서 왼쪽으로 난 샛길을 연속 두 번 만나는데, 두 번째 샛길로
접어들어 20미터쯤 가면 예봉샘이 숨어 있다. 그런데 아무 표지판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데, 조금 유의해서 살피면 길 중앙 발밑으로 한 사람이
겨우 앉을 만한 작은 돌에 손글씨가 흐리게 적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십중팔구, 아니 열에 열은 이 표지돌을 눈여겨 보지 못할 정도로
작고 희미한데, 그래도 이나마 없었으면 그 샛길로 들어가 일부러 앉아 쉬다가
우연히 발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봉산지기 강쇠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샘을 알리려는 마음과 크게 소문내고 싶진 않은 형편이 궁금해진다.
예봉샘은 찾기도 어렵거니와 여러모로 옹색한데, 다른 산들, 검단산의
곱돌약수터나 산곡샘, 검단샘 같이 길가에 있어 찾기 쉽고 잘 단장해 놓은
샘물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쇠락한 분위기다.
작은 파이프를 졸졸 흐르는 물줄기도 세지 않고, 강쇠님이 만들었을
법한 얼기설기 얹은 지붕도 오래 전에 만든 걸 별로 보수하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지붕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파란 바가지마저 없었으면 먹어도
되나를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물맛은 괜찮았다. 등산로 초입을 얼마 안 지난 곳에 있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샘물이 있는 것과 없는 건
느낌이 다르다.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 같다.
오늘로 500번째 포스팅이다. 방문과 열독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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