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돈까스와 케이블카
Posted 2010. 2. 13. 15:4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설 연휴 첫날, 올해는 쿤밍에 있는 동생이 설에 못 와 성묘를 한두 달 늦추기로 하는 바람에 본가에 조금 느지막히 도착했다. 본가라고 해야 서울 용산이니, 설이나 추석같이 길이 막히지 않으면 하남에서 30분밖에 안 걸린다. 형수님과 아내 그리고 해인이가 빈대떡 등 설음식을 하는 사이에 어머니를 모시고 정말 오랜만에 지척에 있는 남산에 다녀왔다.
어렸을 땐 거의 매년 소풍도 가고, 중고생 땐 집에서 한겨울에 조깅으로도 여러 번 갔는데, 근래엔 차로나 한 바퀴 돌았을 뿐 막상 갈 기회가 없어 내심 가 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케이블카 타고 식물원 구경 하면 얼추 오후 시간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점심 때라 오랫만에 남산돈까스를 먹기로 했는데, 몇 집이 하나같이 <원조 남산 왕돈까스>란 간판을 달고 있다. 돈까스와 생선까스를 하나씩 시켰는데, 작은 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왕" 자를 붙일 정도는 아니었다. 맛은 그저 그랬고, 6,500원씩이나 내기엔 많이 아쉬웠다. 4, 5천원이면 적당했겠다.
올해 85세가 되신 어머니는 쏘스는 싫어하셨지만, 그런대로 잘 드셨다. 연세에 비해 아직 밥맛을 잃지 않으셔서 건강하신 편이다. 안고 일어나실 때 힘들어 하시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일 것이다.
가까이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타워 쪽으로 올라갔다. 대인은 왕복 7,500원, 어머니는 경로우대 5천원. 옛날 국민학교 때 탔던 구형 케이블카에 비해 크고 쾌적했고, 4면의 전망이 확보돼 탈 만 했다. 편도 5분 남짓 되는 거리가 다소 짧은 게 흠이지만, 시내, 정확히 말해 옛 강북 방면이 한 눈에 펼쳐지고, 멀리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 등이 보이는 게 별로 아깝지 않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오르막 계단이 나오는데, 몇 분 올라가면 남산타워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아도 남산 성곽을 따라 걸어올라 올 수도 있다. 어머니는 기왕 온 김에 팔각정 있는 타워까지 가자고 하셨지만, 무리였다. 잠시 바람만 쐬고 다시 내려와야 했다.
야외식물원은 주차하고 조금 둘러보니 산책하기엔 딱 좋은 코스였지만, 겨울이라 꽃도 없고 약간 을씨년스럽기도 해 어머니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기엔 적당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꾸 두리번거리시며 어딘가 동물들이 있을 거라 하셨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남산길을 정비하면서 오래 전에 없어졌단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늘에 떠 있는 맑은 구름 만큼이나 화창한 음력 섣달 그믐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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