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를 드러낸 나무 계단
Posted 2010. 2. 27. 17:56,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등산하면서 나무 계단을 오르다 보면 흙이 쓸려내려가 틈새를 보일 때가 있다. 비가 많이 온 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리고 요즘 같이 계절이 바뀔 때 얼어 있다가 녹기를 반복하면서 땅이 풀려서일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이 많이 오르내리다 보니 그 하중 때문에 서서히 파였기 때문일 것이다.
흙만 파이는 게 아니라, 단단한 침목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들어가고 금도 생기고 파이기도 한다.
틈새가 생긴다고 무거운 나무 계단이 바로 흔들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흙으로 잘 덮여 있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
흙이나 나뭇잎으로 덮여 있을 땐 틈새가 드러나 보이지 않다가 어느날 이렇게 자신의 틈새를 보일 때가 온다.
어디 나무 계단 뿐이랴. 인생도 풍륜을 겪으면서 여기저기 조금씩 조금씩 틈새가 벌어지지만,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위기 국면을 위장하거나 일단 안 보이도록 대충 땜질해 놓고 잊고 살지 않았던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일제 보수 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두루 살펴보면서 틈새의 징후를 포착하고, 심한 틈새는 틀어막고, 노후된 건 새로 바꿔주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고, 귀찮더라도 보수 점검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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