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구나, 너희들
Posted 2010. 2. 28. 08:46,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산에 오르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휴식을 필요로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오르막길을 쉬지 않고 오르다 보면 얼굴엔 땀이 흐르고, 숨은 가빠지고, 다리가 슬슬 풀리면서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을 간절히 기대하게 된다. 남들 오르내리는 중간 아무데서나 쉴 수는 없으니까,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앉을만한 바위나 평평한 공간이 나올 것이란
소박한 기대감에 조금 더 힘을 내게 된다.
다행히 어느 산이나 잠시 앉아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보면 많이 있다.
바닥에 나뭇잎이 수북하게 깔려 있고, 시야가 확보되는 숲속의 천연 휴식공간이 군데군데 있게 마련이다.
배낭 속의 깔판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개중에는 나무 토막이나 긴 나무를 간이 의자 모양으로 적당히 늘어놓아
제법 운치 있는 쉼터를 꾸민 곳들도 있다. 너댓 명이 배낭을 내려놓고 마주 앉아 물을 마시거나 커피를 타고,
떡이나 김밥이나 과일을 먹으면서 별 거 아닌데도 박장대소하면서 휴식의 꿀맛을 느끼는 재미는,
그 순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리라.
양 옆에 나무가 있으면 굳이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이렇게 멋진 그네형 나무 벤치를 만들 수도 있다.
걸쳐만 놨는데도 보기도 좋고, 앉는 데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S라인을 자랑하던 나무는 그냥 땅바닥에 내려만 놓아도 자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여성 등반객들의 환영을 받는 자리일 것이다.
여럿이 산에 오르는 그룹도 있지만, 혼자만 나선 이들은 못 생겼지만 편해 보이는 1인용 의자에 앉으면 된다.
어쩌다가 이렇게 심하게 기울어졌는지 모르지만, 곧게 곧게만 뻗은 나무들 사이에 땅에 심겨진 채 45도로 뉘인 나무도 있다.
이런 건 굳이 베지 않고 지금처럼 놔 두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 자체로 기대어 쉬거나 사진에 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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