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Posted 2012. 5.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
자유를 구가하는 젊음은 아름답다. 격식 없는 파격(破格). 거침 없는 용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는 젊음과 청춘의 특권이다. 타이뻬이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에스칼레이터로 내려가는데 앞에 선 학생 둘의 신발이 이채로웠다. 둘이 서 있는데 신발은 세 종류였다.
따로 또 같이, 어떻게 보면 안 어울리고 어색해 보이면서도, 또 달리 보면 색다르고 멋있어 보인다. 어떻게 이런 조합이 가능했을지 잠깐 머리를 굴려봤다. 수학을 잘 못해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릴 수는 없지만, 이 친구들 덕에 나도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펼쳐봤다.
일단 주황색 끈과 밑창은 둘 중 하나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둘이 한 짝씩 재미로 바꿔 신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한 하늘색과 연두색은 어떻게 된 걸까? 어쩌면 이렇게 짝짝이로 아무렇게나 신고 다니는 게 이들의 스트릿 패션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신발 가게에선 아예 왼발 오른발 서로 다른색 조합으로 팔지도 모른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이 둘 외에 하나가 더 있어 셋이서 신발을 섞어 신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친한 친구 사이니까 발 크기도 비슷할 테고, 유행을 선호하는 취향도 비슷하고, 일 저지르는 성향도 제법 있는 친구들일 것이다. 남의 시선쯤이야 무시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이렇게 남 다르게 하고 다님으로써 더 시선을 받는 걸 즐기는지도 모른다.
나란히 서 있다가 한 녀석이 먼저 내려가고, 다른 녀석은 그걸 쳐다본다. 친구가 누리는 자유의 경쾌함을 부러워하던 녀석은 이내 자신에게도 그런 자유가 있다는 걸 깨닫고 후다닥 뛰어내려가 어깨동무하거나 따라잡을지도 모른다. 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거든. 우리, 내일도 또 바꿔 신기. 있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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