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뼈대
Posted 2012. 6.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팔당 조개울은 조용하고 작은 마을인데, 강변이라 전부터 민물 매운탕 잘하는 집들도
근처에 있고, 예봉산과 예빈산 등산로와 남한강 자전거길 때문에 예봉산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음식점들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등산로 초입 바로 길가에 기둥과 대문, 창틀에 지붕, 처마까지 온통 목재로 잘 올린
커다란 한옥 한 채가 기초공사까지 마친 상태로 서 있었다. 3주 내내 주일새벽에 지나가면서
봐도 이렇다 할 변화나 진척이 없어 보이고, 지붕을 덮은 천이 찢어지고 색이 바래기 시작한
걸로 봐서 아무래도 공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한옥이라도 바닥 기초공사는 공구리를 쳤는데, 아름드리 통나무 기둥은 보기에도 더
이상 튼튼할 수 없을 정도로 겹겹이 두껍게 받쳐놓았다. 나중에 완공한 다음엔 조경을
해서 이런 기초 구조를 찾아볼 일이 없는데, 좋은 구경을 했다.
높이만 근 3m쯤 되는 문자 그대로 대문(大門)의 위용이 당당하다. 저 정도의 문이
부드럽게 여닫히기 위해서는 문틀도 잘 꿰맞추어야 하지만, 연결 부분에 쓴 경첩이며
문고리가 크고 튼튼해야 할 텐데, 대장간도 사라져 가는 요즘 어디서 맞췄나 모르겠다.
외양(外樣)으로도 웬만한 건물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가까이 가서 내부를 보니 줄줄이
서 있는 기둥이며 천장이 다 지어놓으면 꽤 볼만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음식점이
들어설지, 아니면 무슨 절 같은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현대화된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오며가며 참 잘 지었군, 하며 기둥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한옥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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