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정성2
Posted 2012. 6.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널린 게 바위고, 발에 채이는 게 돌인 우리네 산에서는 돌탑 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가만 보면 하루 아침에 뚝딱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을 곳을
물색하고, 돌들을 고르거나 모으고, 어떤 모양을 만들 것인가를 머릿속으로 그려본 다음
시험적으로 몇 개 올려 바람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너뜨리는지 반응을 살핀 연후에
본격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돌탑을 쌓기에 가장 무난한 돌은 일단 넙적한 게 장땡이다. 이음새를 위한 아무런 도구나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돌을 쌓아 올리려면 넓직하고 평평해 쉬 흔들리지 않는 게 우선이다.
물론 모나고 거친 돌도 잘 받쳐주거나 위아래 돌을 잘 만나면 나름대로 한몫 하게 되는
수가 있다.
종종 눈에 띈다. 이런 건 돌탑이라기보다는 돌무덤에 가까워 보이는데, 쌓은 이들은 돌탑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뚜렷한 형체도 없이 그저 쌓을 수 있는 대로 올리고 보태다 보니 나름대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간혹 어떤 돌은 그 자체로 멋진 모양과 색채와 무늬를 지니고 있어 다른 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웬만한 돌탑 부럽지 않은 모양새를 드러내기도 한다. 견우봉 오르는 중턱 길가에
그냥 두기는 아깝다고 생각한 어떤 이가 멋진 돌을 들어서 바위 위에 분재마냥 올려놓았다.
이리저리 사면을 둘러보니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모양이나 색이 다른 게 주변 돌들
가운데 군계일학이었다. 제법 무게가 나갔을 텐데 끙끙거리며 올려놓은 이의 수고가 무색하지
않게 주위를 빛내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돌이 균형을 잡고 서 있을까 궁금했는데,
한 쪽은 작은 돌 하나로 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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