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킹이 된 나무
Posted 2012. 7.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어느 해 태풍이 몰아닥쳐 모락산에 있는 나무 수십 그루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혀
쓰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작은 나무도 아니고 큰 나무들은 치우는 것도 일이어서
상당수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그냥 방치된 채 몇 해가 흘렀다.
뿌리가 뽑혀 쓰러진데다가 부러지기까지 한 나무는 참 볼품없이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목재로도 못 쓰고, 치워도 별 빛이 안 날 이 나무는 봐 주는 이 하나 없이 그저
심심하고 무료하게 스스로 썩어 무너지고 바스러질 때까지 시간만 축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가 스타킹을 신겨주었다.
누가 일부러 이런 산에까지 가져왔을 리는 없을 테고, 흥이나 신명이 난 건지, 아니면
갑자기 더위를 느꼈는지^^ 신고 있던 것을 즉석에서 벗어 신긴 것 같은데, 누군지 그 마음
씀씀이가 기특해 보였다. 덕분에 졸지에 스타 킹이 된 나무는 음악에 맞춰 손가락으로
하늘을 찔려대고 있었다.
♬ 내가 제일 잘 나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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