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틈을 타서
Posted 2012. 8.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올여름은 정신이 나갈 정도로 무더위가 두 주 연속 거세게 기승을 부리더니, 그 다음엔
다시 비가 두 주 계속 내리면서 한동안 점심 산책은 공을 치게 됐다. 집에서 하는 산행이라면
땀을 흘린 뒤에 씻으면 되지만,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하는 한여름 산행은 짧게 하더라도
흐르는 땀을 효과적으로 씻어내기가 번거로워 아무래도 잘 안 하게 된다. 게다가 비라도
제법 내리는 날이면 꼼작없이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
수요일도 새벽부터 간헐적으로 내리던 비가 오전까지 이어지다가 점심시간을 얼마
안 남겨두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이 정도면 걸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산으로 향했다. 혹시라도 중간에 비를 만나면 피하기 위해 우산을 갖고 갈까
하다가 가오가 안 서는 것 같아 그냥 나섰다. 내리면 조금 맞아주겠단 마음으로.^^
오르내리는 동안 너댓 명을 볼 수 있었다.
며칠 계속 내린 비 치고는 산길이 무르지 않아 걷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무더위를
식혀주어서 땀이 많이 나진 않았다. 비가 온 다음에 산을 찾으면 벌써 공기가 다르고 소리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새 소리와 매미 소리가 더 나고, 무엇보다도 계곡을 흐르는 물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귀를 때린다. 며칠 사이에 풍경이 달라지는 것이다.
비가 가져온 산길의 변화 중 하나는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인데, 철이 지나도록
쌓여 있는 낙엽들 위로 초록 잎들이 뒹굴고 있다. 땅바닥에 떨어지면 너무 차가울까봐 온기를
찾아 낙엽들 위로 사뿐히 낙하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어쩌면 허무하게 발에 밟히는 게
싫어서 나름 안전한 곳으로 날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 산길을 뒹구는 낙엽들 가운데는 어느새 색이 변해 가는 것들이 있다. 변한다기보다
물들어간다는 게 더 나은 표현일지 모르겠는데, 가을까지 가지에 붙어 있게 된다면 잎 전체가
노란색으로 혹은 주황색 기운이 도는 갈색으로 염색을 했을 텐데, 조금 성급한 녀석들은
반쯤 물들이고는 미련없이 낙하해 좀 더 넓은 세계를 돌아다닌다.
25분 정도 타박타박 걸음을 옮기며 올라오니 사인암에 이르렀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올라와 병풍처럼 펼쳐지는 관악산과 수리산, 청계산을 1-2분 조망하다가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내려가는 바위다. 흐린 날씨지만 잔뜩 찌푸린 정도는 아니었다. 안 하던 셀카도 찍어보고,
바위에 손수건을 펴서 그 위에 카메라를 놓고서는 10초샷 버튼을 눌러 지난달 그랜드캐년
여행 이후 맛들인 점핑샷도 해볼까 하다 그냥 만세 한 번 불러봤다. 역시 산이 좋구나.
다시 비가 두 주 계속 내리면서 한동안 점심 산책은 공을 치게 됐다. 집에서 하는 산행이라면
땀을 흘린 뒤에 씻으면 되지만,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하는 한여름 산행은 짧게 하더라도
흐르는 땀을 효과적으로 씻어내기가 번거로워 아무래도 잘 안 하게 된다. 게다가 비라도
제법 내리는 날이면 꼼작없이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
수요일도 새벽부터 간헐적으로 내리던 비가 오전까지 이어지다가 점심시간을 얼마
안 남겨두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이 정도면 걸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산으로 향했다. 혹시라도 중간에 비를 만나면 피하기 위해 우산을 갖고 갈까
하다가 가오가 안 서는 것 같아 그냥 나섰다. 내리면 조금 맞아주겠단 마음으로.^^
오르내리는 동안 너댓 명을 볼 수 있었다.
며칠 계속 내린 비 치고는 산길이 무르지 않아 걷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무더위를
식혀주어서 땀이 많이 나진 않았다. 비가 온 다음에 산을 찾으면 벌써 공기가 다르고 소리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새 소리와 매미 소리가 더 나고, 무엇보다도 계곡을 흐르는 물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귀를 때린다. 며칠 사이에 풍경이 달라지는 것이다.
비가 가져온 산길의 변화 중 하나는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인데, 철이 지나도록
쌓여 있는 낙엽들 위로 초록 잎들이 뒹굴고 있다. 땅바닥에 떨어지면 너무 차가울까봐 온기를
찾아 낙엽들 위로 사뿐히 낙하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어쩌면 허무하게 발에 밟히는 게
싫어서 나름 안전한 곳으로 날아왔는지도 모르겠다.
한여름 산길을 뒹구는 낙엽들 가운데는 어느새 색이 변해 가는 것들이 있다. 변한다기보다
물들어간다는 게 더 나은 표현일지 모르겠는데, 가을까지 가지에 붙어 있게 된다면 잎 전체가
노란색으로 혹은 주황색 기운이 도는 갈색으로 염색을 했을 텐데, 조금 성급한 녀석들은
반쯤 물들이고는 미련없이 낙하해 좀 더 넓은 세계를 돌아다닌다.
25분 정도 타박타박 걸음을 옮기며 올라오니 사인암에 이르렀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올라와 병풍처럼 펼쳐지는 관악산과 수리산, 청계산을 1-2분 조망하다가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내려가는 바위다. 흐린 날씨지만 잔뜩 찌푸린 정도는 아니었다. 안 하던 셀카도 찍어보고,
바위에 손수건을 펴서 그 위에 카메라를 놓고서는 10초샷 버튼을 눌러 지난달 그랜드캐년
여행 이후 맛들인 점핑샷도 해볼까 하다 그냥 만세 한 번 불러봤다. 역시 산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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