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트레킹3 - 도전
Posted 2012. 7. 2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
그랜드 캐년에 길을 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하시겠어요? 그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그래서 1924년에 시작해 1928년까지 만든 길이 카이밥(Kaibab) 길이었다. 백 년 가까이 된 그 역사적인 길을 걸었다. 7월의 뙤약볕 아래.
하룻만에 협곡 아래 강바닥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려는 호기를 부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나 보다. 그러다가 병 나고 잘못하면 죽는다~. 제발 하이킹 할 때 최소한 요기할 것과 물 좀 챙겨가라. 샌들이나 패션 슈즈 같은 거 말고 트레킹화 정도는 신고 와라. 당신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찰 텐데 강아지나 고양이 데려갈 엄두가 나쇼? 여긴 산악자전거로 폼 잡는 데가 아니지.
나도 한 잔소리 하는 편이지만 이 동네 왕잔소리도 어디다 내놔도 뒤지지 않겠다.^^ 물론 우리같이 적당히 내려갔다가 올라올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큰코 다치는 친구들이 제법 됐었나 보다. 하긴 나도 Shiker님이나 g가 옆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 Try 대열에 끼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위에서,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것과 아래로 내려가면서, 위 아래 옆을 두루 조망하는 건 진짜 차원이 달랐다. 내려갈수록 대협곡의 속살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저 바라보기만 할 땐 몰랐는데, 안으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한낮의 태양과 지열은 뜨거웠다. 풍경은 점점 새로워지는데, 몸은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이 트레킹은 시작할 땐 내려가는 산책 기분이었는데, 중간 이후부턴 올라오는 등산 모드였다.
그래도 그랜드 캐년은 아름다웠다. 어떻게 저런 단층 그라데이션을 보여줄 수 있고, 어디는 치솟고 어디는 가라앉고 또 어디는 저리도 고르게 평원처럼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차라리 부러진 고목 한 그루가 부러웠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이 그랜드 와이드 스펙터클을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
직선 거리로 갈 수 없는 게 산길이다. 더군다나 여긴 협곡이니 길을 내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길게 지그재그로 왔다리 갔다리 꼬부랑 길이 하염없이 나 있었다. 길을 낼 때 물자를 실어나르던 나귀들은 이젠 색다른 트레킹을 원하는 이들에게 그 등짝을 내어주고 있었다.
6년 전에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갔을 때 새벽에 만난 진도 6.8의 강진을 피해 쌀라티카란 마을로 대피해 근처의 반중안이란 힌두교 유적지를 구경 갔을 때 산길을 말을 타고 한 시간 정도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내 발로 딛고 오르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스릴과 묘미가 있었는데, 저기 나귀 타고 올라오는 이들도 아마 살짝 긴장하면서도 흥분된 마음을 누르고 있지 않았을까.
때마침 무더위에 살이 타고 숨이 차오르던 g가 잠시 멈춰서서 올라온 길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우리 트레킹에 좋은 친구가 되어준 것은, Shiker님이 가져온 오렌지색의 게토레이 가루였다. 물병에 적당히 붓고 흔들어 주면 아무 맛 없던 물이 변하여 게토레이가 되었는데, 더위에 지치고 흘린 땀을 보충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동네 산을 틈틈이 꾸준히 다닌 게 확실히 표가 났다. 협곡의 더위는 갈증을 불러오긴 했지만 한 시간 반 정도의 내리오르는 트레킹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REI에서 산 선글라스와 노스페이스 셔츠가 또 다른 좋은 동행이 되어주었다.
잠시 뒤 데저트 뷰(Desert View)라는 곳에서 다시 한 번 조망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눈과 마음에 담아둘 때이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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