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트레킹4 - 환희
Posted 2012. 7. 2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우리가 한 트레킹의 목표지는 이름도 재밌고 발음도 편한 오- 아- 포인트(Ooh Aah Point). 끝내주는 걸 보면 우리나 이네들이나 동일한 의성어를 내지르나 보다.^^ 말 그대로 오- 아-가 연신 터져 나왔다. 여기까진 왕복 1.5마일이니 3km 남짓 되고 고도 차이는 180m로 웬만하면 한 번쯤 도전할 수 있는 루트다. 실제로 가족 단위 하이커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우리는 Shiker님 - S하이커로 읽는다^^ - 이 앞장서고, 중간에 g가 따르고, 후미를 내가 지키는 대오를 줄곧 형성했는데 적절한 포매이션이었다. 앞서가던 Shiker님이 드디어 오- 아- 포인트에 서서 여기를 보라고 손짓했다.
Shiker님은 미국 KOSTA의 훈련 담당 전임간사인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Traveling Secretary 역할을 하면서 여러 지역을 방문해 훈련과 행정을 담당하는 사역을 10년간 해 왔다. 캘리포니아에 오래 살면서 대자연과 친해졌고, 몇 해 전에 대학과 코스탄(KOSTAN)들이 많은 동부의 메릴랜드로 옮겼다.
역시 여러 번 와 본 이답게 앞태 뒷태가 노련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자연과 잘 어울려 보이는 그는 어떻게 찍어도 자연스러운 포즈다. 이번 여행의 기획-연출-수송-섭외 등을 전담했을 뿐더러 공동출연까지 해 주어서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쌩유!
그에 비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초보 관광객 티가 난다.^^ 모자라도 써서 휘날리는 은발을 가렸어야 하는데, 볕은 볕대로 맞고, 바람에 날린 머리카락이 어수선했지만, 그래도 오해하지 마라! 마음만은 턱별시다^^.
바위에 걸터앉아 건너편 대협곡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그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몸과 마음이 머물고 있다는 걸 감사하면서 대자연의 경이를 만끽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깊은 상념에 빠지거나 긴 시간 머물러 있기엔 햇볕이 장난 아니게 따가웠고, 슬슬 목이 말라오는데다, 눈이 부셨다.
g는 어땠을까. 자기 블로그 - 옆집에 링크돼 있다 - 에 나와는 많이 다른 관점과 포인트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여행기를 싣고 있어 우리를 아는 여러 사람들이 흥미롭게 관전하고 있는데, 이런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아 그날 살이 새빨갛게 타오르면서 살짝 힘들어 했다.
내려가는 길에 나귀 타고 이 길을 트레킹하고 있는 무리를 만났다. 나귀 녀석들, 길에다 엄청 싸대더구만.^^ 내려갈 땐 이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는데, 올라가는 길에선 이들을 부러워하는 트레커들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간지남도 만났는데, 하와이언 남방셔츠에 반바지에 배낭을 맨 이 친구의 사진 찍는 모습에선 빛이 났다. 양팔을 벌려 시선을 아래로 해서 LCD 창으로 사진을 찍는 우리네 똑딱이족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팔을 잡아당기고 양손으로 카메라와 렌즈를 단단히 움켜쥔 다음 뷰파인더(viewfinder)에 눈을 가까이 붙여 촬영하는 DSLR족들의 원초적 포스를 도저히 당해낼 도리가 없다^^
게다가 이 친구는 체력도 좋아서 한 포인트에서 여러 장을 찍더니만 위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마치 내리막 내달리듯 잽싸게 뛰어올라가길 반복했다. 아마 내려가면서 목 좋은 곳을 눈여겨 헌팅해 두었다가 올라오는 길에 집중적으로 찍어대는 것 같았다.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그랜드 캐년은 멋진 풍경들을 아낌없이 고루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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