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 강한 잡채밥
Posted 2012. 5.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출근해서 오전에 화장실에 들리면 창문을 통해 늘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는데, 아래층에 있는 새참분식 - 이름 한 번 재밌지 않은가 - 주방에서 점심 장사를 위해 재료를 다듬고 각종 양념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순두부찌개 같은 데 들어가는 고추기름이 들어간 다대기를 볶거나 중국음식류에 많이 들어가는 불맛 강한 향기는 아침부터 은근하면서도 굉장한 유혹이 되곤 한다. 불혹(不惑)을 넘겨 다행이지만.^^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하진 않지만 워낙 가까이 있어 바쁠 때나 날씨가 안 좋은 날엔 종종 시키거나 가서 먹는데, 전에는 콩나물국밥과 돌솥비빔밥을 주로 시키다가 얼마 전부터 내 입맛을 자극하고 끌어당기는 메뉴는 5천5백원짜리 잡채밥이다. 수북하게 얹어 나오는 게 눈과 코를 자극하길래 다른 사람이 시킨 걸 조금 얻어 먹어봤는데, 맛이 딱 내 스타일이었다. 맨밥 위에 볶은 잡채밥 재료를 얹어 내는 덮밥 스타일이다.
대학가 앞 분식집이라 푸짐한 양은 기본이고, 굵은 당면 데친 것에다 양파와 당근 등 야채를 넉넉히 넣고 양념을 해서 쎈 불에 재빨리 볶은 다음 밥 위에 얹어 나온다. 집에서는 웬만해선 쎈 불을 만들 수 없기에 이런 맛을 내기 어려운데, 짧은 시간에 여러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분주한 중국집 주방에서나 나올만한 맛으로 보면 되겠다. 중국집에서 먹는 잡채밥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한식화 된 맛이다.
취향에 따라 밥과 비벼 먹기도 하지만, 나는 볶은 잡채를 먼저 먹으면서 밥은 반이나 1/3쯤 남긴다. 그러니까 잡채의 볶은 양념이 닿은 밥은 먹고, 맨밥 부위는 대충 남기는 셈이다. 아직 시도해 보진 않았는데, 다음에 시킬 땐 아예 밥은 빼고 잡채와 야채를 조금 더 넣어 볶는 잡채면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은데, 식당측의 입장이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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