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는 걸까
Posted 2015. 9.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여름의 끝자락에 낑낑거리면서 모락산 사인암에 올랐는데, 바위 위에 먼저 온 이가
서서 산 아래 좌우 풍경을 만끽하고 있었다. 벙거지 모자에 작은 백을 크로스로 매고
날렵한 체구에 쌍안경까지 갖춰 폼이 났다. 이 산엔 처음 왔는지 진지한 모습이었는데,
흥을 깨뜨릴까봐 바위에 오르지 않고 아래서 숨을 고르다가 잽싸게 옆모습을 몇 장 찍었다.
서로 뭐가 맞았는지 한쪽만 바라보지 않아 마치 연출한 것 같은 괜찮은 구도가 나왔다.
쌍안경으로 한참 좌우를 살피더니 맨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다시 쌍안경을 눈에
대고 여기저길 클로즈업했다. 정면에 보이는 관악산 능선이나 철탑을 당겨보는 건지,
그 뒤로 펼쳐지는 남산이나 좌우의 수리산과 청계산을 보는 건지 알 순 없어도 사인암에
올라서면 펼쳐지는 멋진 풍경에 연신 감탄하는 건 틀림없었을 것이다.
요 며칠 태풍 기운으로 소나기가 씻어낸 맑은 하늘 위로 뭉게 구름에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함께 떠 있는 날씨까지 받쳐 주면서 제법 오래 서 있게 하는 것 같았는데,
소년같은 그의 관찰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서 잠시 올라가 옆에 서서 풍경을 휙
둘러보곤 곧바로 내려왔다. 내겐 익숙한 풍경이었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에 서리가 내린 것도 아니고 (2) | 2015.09.03 |
---|---|
오늘의 득템 (2) | 2015.09.02 |
눈썹 바위 (2) | 2015.08.29 |
미대 작업실의 안전 강조 (2) | 2015.08.27 |
도토리 1-2-3-5 (2) | 2015.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