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엔 앉지만 말고 누워도 보세요
Posted 2015. 10.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어느 산이든 등산로에 접어들어 처음 만나는 조금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힘들게
마련이다. 등산이 한참 진행돼 고개도 넘고 바위도 타면서 한참을 걸어 다리가 풀릴 때쯤
나오는 마지막 헐떡고개 만큼은 아니어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아직 예열이 안 되거나 덜 된
채로 오르막 계단을 만나면 긴장이 되고, 때론 괜히 온 건 아닐까 하는 잡념도 든다.
그래도 웬만하면 낑낑대거나 중간에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면서 대개는 중턱까진 오르게
되는데, 고맙게도 딱 그쯤에서 벤치가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죽으란 법은 없는 것이다.^^
벤치가 보이면 반갑고 없던 힘도 생겨 달려가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물병을 열어 한두 모금
목을 축이면서 거친 숨을 고르고 흘린 땀을 닦는다. 때마침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주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잠시 전까지의 힘든 순간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불과 1분 남짓한 시간에 일어나는 기적 같은 변화다.
여유가 있을 땐 좀 더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등산 시간이
줄줄 길어질 수도 있으므로 아쉽지만 그쯤에서 일어나야 한다. 다음 번 벤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충분한 시간이 있거나 꼭 등정 목적이 아니라면 잠시 벤치에 누워도 좋을 것이다.
벤치란 게 앉으라고 만든 거지만,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땐 다리 펴고 누워도 뭐랄 사람
없다. 그래도 될까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누군가가 벤치 위에 나무 베개를 그려 놓았다.
그런데 그림의 떡이었다. 머리를 그 위에 얹거나 반대로 다리를 올리면 하얀 백묵
가루가 묻기 때문이다. 역시 눕기보단 잠시 앉았다 가란 말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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