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건 지킵시다
Posted 2011. 2. 17. 10:34,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어제 점심 사인암 산책을 마치고 게원대 후문 쪽 모락산 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걸려 있던 펼침막이다. 등산객들의 에티켓을 열거하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성인용이라기보다는 유아용 캠페인 같아 보인다.^^
내가 본 바에 의하면 1, 3, 5, 6항은 그런대로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은데,
2항은 막무가내로 안 지키는 이들이 제법 되고,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4항은
등산 인파가 늘어나면서 슬슬 다시 기승을 부리려는 조짐이 보인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 산에서 먹는 라면맛이나 찌게맛 또는 삼겹살 구이를
위해 버너와 코펠을 가져와 버젓이 불을 지피는 이들이 하나 둘 눈에 띈다.
검단산 정상가에서도, 예빈산 쉼터에서도, 선자령 자락에서도 봤다.
얼마나 꿀맛이겠는가. 보온병에 뜨거운 물 넣어와 컵라면 만들어 먹는
맛에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기적이고 치졸한 행동이다. 지킬 건
지켜줘야 한다. 조만간 내가 잘 다니는 산에서 산불 소식 날까 걱정된다.
산에 걸어놓는 펼침막은 단순명료한 게 장땡이다. 흰색 천에 빨간 고딕체로
산.불.조.심.하면 다 알아 듣는다. 남양주 예빈산 초입에 살짝 걸려 있는 이 작은
펼침막은 눈에도 잘 들어오고, 메시지도 바로 전달된다.
하남의 검단산엔 의욕과잉 펼침막들이 군데군데 걸려 있어 안스럽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강경한 슬로건을 내거는지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오버한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웬지 산에서 이런 문구를 접하면 기분이 별로다. 너무
가르치려 든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무슨 공단의 무슨 사업본부에서 예산을
대는 것까진 좋은데, 괜한 긴장감 유발하지 말고 살짝 웃겨줄 순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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