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정성3
Posted 2012. 7.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산에 다니다 보면 꼭 그 산의 터줏대감이랄까 산신령 같은 양반들을 보게 된다. 검단산만 해도 통나무로 벤치를 수십 개 만들어 놓은 할아버지 같은 이가 대표적인데, 산곡 방면에서 올라오다 보면 이분보다 더한 이를 만날 수 있다. 직접 뵐 수 있는 건 아니고, 이분이 정성스레 만들어 놓은 장수탑과 통일탑이라 이름붙인 돌탑 두 개가 등산객들을 반겨준다.
이곳 돌탑은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게 아니고, 마치 축성(築城)하듯 정성스럽고 정교하게 쌓아 올린 게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경지를 보여준다. 높이만 4m에 이르고, 아랫쪽 폭도 거의 그 정도 되는 상당히 볼만한 작품이다. 비바람, 태풍에도 끄떡없어 볼 때마다 과연 이걸 몇 사람이, 며칠에 걸쳐 쌓았을지 감탄하게 된다. 돌탑정성1 (6/10/12) 돌탑정성2 (6/23/12)
2002년에 쌓아올린 장수탑과 통일탑에는 이름을 새겨놓은 머릿돌까지 있는데, 고맙게도 등산객들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큰 돌들 사이사이로 작은 돌이 끼어 있는데, 작은 돌은 그후 오가는 이들이 하나 둘 끼워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장수탑은 오르막의 초입 부분에, 통일탑은 거의 끝나는 부분에 세워 놓았는데, 각각 벤치가 두세 개씩 놓여 있어 등산객들의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주변 나무들과 조화도 잘 이뤄 산곡 방면 검단산 등산로의 상징처럼 되었다. 여긴 약수터도 두 개나 있고, 풍경이 수려한 편인데다 그리 번잡하지도 않고 비교적 짧아 특히 로즈마리가 좋아하는 코스다.
탑 하단부의 큰 돌 가운데는 혼자 들기 어려워 보이는 길쭉하고 넓적한 돌도 있는데, 아무래도 십 년 전에 제법 큰 공사를 벌인 것 같았다. 처음엔 탑의 높이나 폭을 주로 봤는데, 요즘은 크고작은 돌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 내는 하모니랄까 밸런스를 줌인해서 보게 된다.
지난 달에 오랜만에 로즈마리와 함께 오르면서 보니, 탑 꼭대기 부분 평평한 돌 위에 전엔 안 보였던, 어쩌면 미처 못 봤던 돌인형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거의 4m 높이라 사람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은 아닌데, 어떻게 저리 가지런히 놓았는지. 탑 쌓는 이나 인형 갖다 놓는 이나 보통은 아닌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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