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존재감
Posted 2010. 5. 26. 09:44,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검단산을 걷다가 삐쩍 마른 새끼 악어 또는 도마뱀 모양을 하고 있는 작은 나뭇가지가 눈에 띄었다.
솜씨 좋은 이가 일부러 만들어 놓기라도 한 듯, 그 형상이 제법 뚜렷했다. 자세히 보니 누가 만든 게 아닌
자연산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게다가 보호색까지.
조금 더 오르니, 울창한 전나무숲 사이로 한 그루가 거의 반쯤 쓰러져 누워 있었다. 근처 나무들 가운데
가장 튼실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누군가 베어 놓을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없는 걸로 봐서 쎈 바람이나
낙뢰에 쓰러진 것 같았다. 무리들 가운데 있을 땐 전혀 존재감이 없던 것이 가로 누워 있으니 한눈에 띈다.
둘 다 군계일학까진 아니었어도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충분했다. 요즘 교회 문제와
관련해서 존재감, 역할론, 어울림, 치고 나감, 타이밍 등을 생각하게 만든다.
'I'm wandering > I'm a pedestri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골에서 산성북문 가는 길 (4) | 2010.05.30 |
---|---|
산은 산대로, 구름은 구름대로 (8) | 2010.05.27 |
연휴 사흘 산행 (2) | 2010.05.24 |
대세는 제주 올레 (2) | 2010.05.22 |
틈새와 여유 (2) | 2010.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