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버몬트 카레
Posted 2019. 6. 1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펠로십교회 개척캠프에선 토요일 점심부터 주일 저녁까지 다섯 끼를 먹었는데(야참으로 나온 홍합탕과 컵라면 등은 빼고) 첫날 점심식사는 월남국수를, 저녁은 테이크아웃을 해 와서 먹고, 둘째날 아침엔 볶음밥을, 점심엔 카레를, 그리고 저녁엔 다시 남은 카레를 먹었다(나와 김 목사는 코스타 간사들과의 모임에 초대돼 말레이 음식을 먹었다). 거의 해 먹은 셈인데, 그도 그럴 것이 꼬맹이가 여섯이나 되니 어디 식당 가는 것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가정교회 같은 소그룹 모임을 하다 보면 종종 남자들이 실력 발휘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주방 일을 거든 경험이 없는 초보들(?)의 경우엔 대량으로 나온 설거지를 난생 처음 하는 정도지만, 개중엔 여자들보다 음식 솜씨가 좋은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자취하면서 익힌 생존 음식 실력들이지만^^,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는 음식 솜씨를 갖춘 형제들이 하나 둘은 꼭 있는데, 이럴 때 자원 봉사, 실력 발휘로 주위를 즐겁게 한다.
내가 아는 한 펠로십교회에선 해인이가 그렇고, 폴모가 그 다음 정도 된다.^^ 그 중에서도 해인이는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다. 결혼하기 전의 해인이가 해 준 밥을 몇 차례 먹어본 적 있는데,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그 내공을 발휘할 겸 아무래도 아이들이 많이 찾는 엄마들을 대신해 캠프 내내 해인이가 팔을 걷어붙였다. 들통에 재료들을 부어 놓고 휘휘 젓는 포스가 장난 아니다.
이번에 해인이 만든 카레는 오래 전에 먹어본 적이 있는 버몬트 카레였다, 카레와 하이라이스의 중간 맛이 났는데, 사과와 꿀이 들어간 카레라 그런 맛이 났나 보다. 야채는 큼직하게 썰고, 쇠고기 안심도 듬뿍 들어갔는데, 농도도 잘 맞춘 것 같았다(내 입맛엔 살짝 짜긴 했다^^). 남은 카레 블럭 4개는 김 목사에게 가져가라고 챙겨주었다.
귀국해서 트레이더스에 장 보러 갔을 때 마침 브랜드는 다르지만 버몬트 카레를 팔길래 사 와서 해 먹어봤다. 브랜드가 달라선지, 아니면 쉐프가 달라선지 뉴질랜드 카레 맛은 나지 않았어도 식구들 입맛에 잘 맞았다. 마침 전 날 사 둔 새송이버섯이 있어 큼지막하게 썰어 넣었는데, 고기를 안 넣어도 괜찮은 맛이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바닷마을 다이어리>란 영화에서는 오뎅을 넣기도 한다). 카레를 먹을 땐 따로 찌개나 국이 필요없어 조금 물을 넉넉히 붓고 자작하게 졸였더니 간도 잘 맞았다.
'I'm traveling > Kiwi NewZea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녀석 (0) | 2019.06.25 |
---|---|
Hobsonville Catalina Bay (0) | 2019.06.17 |
처음 먹어본 Vermicelli 월남국수 (4) | 2019.06.10 |
여긴 초여름인데 거긴 늦가을 (0) | 2019.06.09 |
Howick Cafe Amzy (0) | 2019.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