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소리길 11가지 풍경(5) - 담쟁이들
Posted 2013. 11. 1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담쟁이도 단풍이 든다. 길가의 농가를 지나는데, 벽이 온통 크고 작은 담쟁이로 가득했다. 벽면 전체를 앵글에 넣어도 보기 좋고, 부분적으로 클로즈업 해도 좋은 장면들이 연출됐다. 배수관 옆에서 키재기를 하고 있는 이 담쟁이는 같은 장면을 약간 옆으로 이동하면서 찍어본 건데, 희한하게도 벽면 컬러가 아주 다르게 나오면서 무슨 효과를 준 것처럼 비교된다.
그저 맥북에서 사진 정리하는 iPhoto에서 화질 밝게 버튼만 살짝 눌러준 것 말고는 따로 한 게 없는데, 이렇게 확연히 다른 배경색이 나왔다. 원래의 벽면 컬러는 아래 사진처럼 회색조인데, 위 사진은 일부러 그런 색을 연출한 것처럼 보일 것 같다. 내남이 알다시피 이런 거 할 줄 모르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길다랗게 담을 타고 올라가 서로 얼키고설킨 담쟁이들이 잎이 말라 떨어지면서 마치 가시 철망 두른 모양이 됐다. 누가 일부러 저렇게 자라라고, 올라가라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마치 섬세한 화가가 화폭에 리듬을 주며 흩뿌린 듯이 잘도 퍼졌다.
잎사귀가 떨어진 줄기는 선을 이루고, 남아 있는 줄기는 점을 이루면서, 서로 섞여 직선미와 곡선미가 두루 아름다운 멋진 패턴을 이루었다. 무슨 놈의 담쟁이들이 확실히 미학을 아는 게 분명했다.^^
밋밋하고 미끈한 벽면에서도 자라지만, 역시 담쟁이가 특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은 돌담과 어울릴 때다. 담쟁이가 없었더라도 그런대로 볼만 했을 돌담의 2%쯤 모자란 아름다움을 위에서 아래로 자라는 담쟁이들이 그 빈 구석을 채워주었다. 마치 열이라도 맞춘 듯, 적당한 간격을 두고 치렁치렁 달려 색다른 멋을 연출해 주었다.
궁금하다. 담쟁이들은 어떻게 촘촘하고 빽빽해 보여야 할 때와 간격과 여유가 있어야 할 때를 알아서 기는 걸까? 푸른 색과 갈색들 사이에서 진한 분홍으로 곱게 물들이고 매달린 담쟁이들이 그날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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