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어요
Posted 2011. 11. 2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
뉴코 셋째날 오후, 잠깐 짬을 내 캠퍼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마트를 잠시 다녀왔다. 웨어하우스란 마트는 크긴 했지만 내용은 so so, 5분 정도 대충 훑어본 다음 돌아왔는데, 오는 길에 집마다 조금씩 다른 우편함들이 눈에 띄었다. 작년에 처음 와서는 캠퍼스 구내의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오더니, 올해는 우편함에 꽂혔으니 취향도 참 별나시다.^^
대학가 렌트 하우스들이라 그런지 한 집에 우편함이 여러 개 있는 집들도 있었다. 말이 우편함이지 잔디밭에, 나무로 만든 3층 받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우편함은 편하게 오픈돼 있어 오가는 사람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나같은 이방인 여행객이나 눈길을 주지, 이곳 사람들에겐 너무 흔한 표정일 것이다.
17호 우편함은 철재로 만들고 지붕도 세워 제법 폼이 나는데, 일단 비바람은 피할 수 있겠다. 한 번 투입하면 주인이 열쇠로 열기 전에는 외부인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보안성이 좋다. 우리 정서엔 이런 게 어울리는 것 같은데, 이 동네에선 이런 모양새가 오히려 별종이다. 그러고보니 우리네 자랄 땐 우편함이한 게 없이 대문 밖에서 마당으로 던지면 오가다가 주워 오곤 했던 것 같다. 아파트가 생기면서 그런 풍경도 대부분 사라지고, 사적인 세계(Privacy)가 강화됐다.
개성 있는 흰색 우편함은 마당 잔디밭에 피어난 아주 작은 흰꽃들과 어울려 세련된 자태를 선보였다. 뒤로 보이는 집 전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어 참 자연스럽고 평화로워 보인다. 우편물을 집어 넣는 이들도 이 집에선 잠시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넓은 잔디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낮은 진초록 나무 담장 판대기 하나를 살짝 뜯어내고 찌그러진 키작은 흰색 우편함이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집집마다 서로 다른 위치와 재질, 모양새들은 주인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것이리라.
37A호 우편함은 지붕이 원통형이었는데, 정크메일 사절을 써 붙였다. 대량으로 투입되는 광고와 홍보 전단, 책자들은 이곳에서도 귀찮은 존재인 모양이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마트와 부동산 광고 전단지들과 인쇄물들이 던져지는 모양이고, 그것들은 누가 이기나 내기하도 하듯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고 있었다.
잔디밭 한가운데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고, 한쪽이 개방된 마당 앞에 쌍둥이 우편함이 하루에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소식을 간절히 또는 무심코 기다리고 있었다. 벽돌집과 잔디, 연회색 빛바랜 나무 담장이 썩 잘 어울려 보인다. 81A 파란색 우편함은 예술 감각이 유난히 돋보였는데, 하늘 풍경과 썩 잘 어울려 스쳐가는 여행객도 기분이 좋아지면서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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