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디자인3 - 스티커 십자가
Posted 2016. 3. 25.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
온누리교회 1층 카페 Shining Glory에서 진로와 소명 회의를 마치고 본당 로비를 지나 화장실에 가려는데, 고난주간이어선지 전에 안 보이던 십자가 세 개가 서 있었다. 올해 고난주간 심야예배의 주제인듯 고난의 신비(The Mystery of Suffering)란 문구와 함께 나무 십자가들마다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스티커마다 서로 다른 글씨가 몇 줄씩 써 있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그냥 붙여놓은 게 아니라, 하나같이 못이 박혀 있었다.
그 앞엔 빨간 색 천으로 둘러싼 원탁 두 개에 촛불과 스티커, 볼펜 그리고 작은 못들과 작은 망치, 돌맹이가 놓여 있었다. 고난주간의 묵상과 기도제목을 적어 직접 자기 손으로 못박아 보고,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기도하게 만드는 고난주간과 잘 어울리는 이벤트 같았다. 못 박거나 던지는데 쓰였을 짱돌이 특히 리얼해 보였다. 얼마나 많은 성도들이 호응하고 참여했을진 몰라도 교회마다 해봄직한 좋은 이벤트 같아 보인다.
처음엔 역시 온누리답게 은근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고난주간을 보내게 한다 싶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별로 돈 드는 것도 아니면서 나름 의미 있게 보내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것 같다. 더군다나 거리를 두고 바라만 보게 하지 않고 다가가 참여하게 만드는 게 더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지만, 성탄 주간 만큼이나 딱히 하는 게 없다. 교회에서 성금요 예배와 성찬식이 있지만, 평일 저녁에 가긴 멀고 교통 사정도 안 좋은데다, 어머님도 계시고 해서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림의 떡이다. 사순절 묵상책을 읽거나 마태수난곡을 틀어놓곤 하지만, 제대로 깊이 빠져들진 못한다. 장기하 노랫말대로 그저 별일없이 보내다 부활절을 맞곤 하는데, 그 교회 교인은 아니어도 한 장 써 붙여 놓고 올 걸 그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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