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남았어, 조금만 더!
Posted 2010. 5. 11. 09:41,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가장 반가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저어기 내려오는 사람을 붙잡고 정상까지,
또는 약수터까지 얼마 남았느냐는 물음에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말을 들을 때였다. 물론 이 말도 하는
사람에 따라, 또 산의 지형이나 형편에 따라 천차만별로 쓰인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그러다가 정상까지 100-200미터라는 표지판을 대하는 순간에 드는 안도감은 산을 오르면서 누리는
즐거움 가운데 거의 최고가 아닌가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기운이 거의 소진돼 그만 내려갈까 하는
갈등의 순간에 이런 표지판을 만나면 그동안 올라온 게 아까워서라도 좀 더 힘을 내게 된다.
산길, 그것도 정상부의 100-200미터는 평지는 물론 올라오면서 걸어 온 거리와 큰 차이가 있을 때가
많고 암벽 등 예상치 않던 난관이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등정을 눈앞에, 코앞에 두고 있다는
생각에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없던 힘도 생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격려하게 된다.
정상에 서면 부는 바람과 탁 트인 풍경이 주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지만, 어쩌면 이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이나 표지판을 대할 때 드는 느낌을 맛보기 위해 산에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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