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 <전화>
Posted 2010. 6. 16. 11:24,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작년 12월부터 블로그를 열면서 응당 진작부터 했을 법한 일을 못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시를
올리거나 느낌을 나누는 것인데, 차일피일하다가 아예 시작도 안 하고 있었다. 산책과 산행에만
온통 관심이 쏠렸기 때문일 것이다.^^ 두어 주 전에 신문에서 재미 의사시인 마종기 선생(1939- )이
문단 등단 50년을 맞아 50편의 시를 골라 시작(詩作) 에세이를 냈다길래 주문해 어제 받았다.
마 시인의 시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시는 <전화>다(사진을 클릭하면 왼쪽 페이지에서 시 전문을
읽을 수 있다). 이 시를 좋아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결혼하기 일 년 전쯤부터 일주일에 한두 통씩
시가 한 편씩 적힌 익명의 편지를 받았다. 예쁜 편지지에 손으로 쓴 일종의 연서(戀書)였다.
수십 통을 받았으니, 아마도 사랑에 대한 웬만한 아름다운 시들은 다 망라됐을 것이다.
당시 나는 아내와 목하 열애중이었고, 결혼에 골인하기 직전이었으므로 당연히 이 편지를 보낸
이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궁금하긴 했지만, 누군지 알 도리도 딱히 없었다. 장난일 수도
있었겠지만 정성스레 옮겨 쓴 시들로 봐선 그리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한 일년간 계속된 발신자 미상의 시 편지 선물은 결혼식 한 달 전쯤에 이별을 예감케하는 시들로
정리가 됐다. <전화>는 이 연시 시리즈의 중후반쯤에 배달됐다. 이런 전화를 안해 본 이들은 이런
느낌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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