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차
Posted 2016. 9.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외곽순환고속도로 위를 아무것도 싣지 않은 채 대형 트레일러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짐은
없었지만, 뒷부분이 알록달록했다. 뒤에 오는 차들이 자신의 존재를 식별하도록 뭘 달아 놓기도
하고, 붙여 놓기도 하고, 써 놓은 것 같기도 했다. 운전하면서 급히 찍느라 흔들리고 차체 윗부분이
짤렸지만^^, 왼쪽 끝부분엔 <불편을 드려 미안합니다>를, 오른쪽 끝엔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정중한 인사말을 써 놓았다.
태생적으로 큰 덩치로 다른 차들에게 불편을 주는 게 자기 탓은 아닌데, 미안하고 감사하다니
제법 예의가 바른 차 같았다.^^ 제 체구만 믿고 도로를 무법자처럼 쌩쌩 달리면서 불편을 넘어
위협감마저 주는 차들이 부지기수인데 비하자면, 뉘집 자식, 아니 차인지는 몰라도 가정교육, 아니
사내교육을 잘 받은 모양이다.^^ 자고로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천근 넘게 실어
나르는 와중에도 이렇게 예의를 차리는 걸 보면 운송작업도 차질 없게 잘해낼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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