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펀의 주전부리들
Posted 2011. 4. 2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Joyful Taipei지우펀은 주전부리의 천국이었다. 사실 길고 좁은 골목 양편으로 빼곡히 서 있는 가게들에서 파는 물건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두 집 건너 하나씩은 되는 간식과 음식 가게는 넘치는 호기심과 후한 시식 공세로 그렇지 않아도 더뎌지는 발걸음을 계속 붙잡는다.
이 골목에서 눈에 많이 띈 가게 중 하나는 펑리수 파는 집이었다. 펑리(鳳梨)는 파인애플인데, 과일과 쥬스로도 먹지만 대만에선 이렇게 과자를 만들어 파는데, 아주 인기가 있었다. 면세점에서도 잘 팔리던데, 아무래도 이런 데가 싸서인지 다들 두세 상자는 기본으로 사는 것 같았다.
겉모양은 카스타드 비슷한데, 조금 더 딲딱했다. 4등분해 놓고 시식하게 해서 이 집 저 집에서 많이 집어 먹고, 나오는 길에 한 상자 사 왔다. 일종의 월병인데, 안에 잼이 들어 있는 게 가게마다 조금씩 맛이 달랐다. 우리집에서도 환영받았는데, 예전처럼 가정교회 모임을 계속했다면 두세 상자 더 사 와 풀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은 월남쌈 비슷한 모양에 땅콩 등을 갈아 속을 만들고 고수 같은 야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둘둘 말아서 모양을 낸 게 제법 맛이 있을 것 같았다. 나오는 길에 먹자고 했는데, 결국 못 먹어 봤다.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로즈매리가 무척 아쉬워했다.
사면이 바다인지라 해산물이 풍부해 웬만한 음식에 새우는 기본이다.만두속 같은 반죽에 싱싱하고 탱탱한 중간크기 새우들이 있어 씹는 맛이 쏠쏠해 보이는 음식이다.
다양한 재료와 모양의 어묵 가게들은 안에 테이블을 놓고 식당을 겸한 곳들이 많았다. 우리가 많이 먹는 오뎅하고는 국물이나 재료에서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도 독특한 음식 냄새로 땡기면서도 쉽게 도전할 맘을 먹지 못했다. 그러고보면 나도 그리 비위가 튼튼하진 않나 보다.
이런 곳에 핫도그가 빠지면 섭섭하다. 줄잡아 십여 종의 핫도그가 산더미처럼 쌓인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제일 잘 팔려 보이는 것 두 가지를 사서 나눠 먹었다. 많이 느끼했다.
곤충 튀김도 빠질 수 없다. 우리의 번데기는 양반인 것 같았다. 진정한 여행자가 되려면 이런 주전부리에 '도전!'을 외치면서 무한도전해야 하는데, 아마추어 티가 팍팍 나는 우리는 약한 척 하면서 몸을 많이 사렸다. 이런 걸 시식하고 사 먹어야 추억이 되는 건데.
네 시쯤 되어서야 찻집과 식당을 겸하는 집에 들어가 볶음밥과 청경채 볶음을 시켰다. 둘 다 맛이 있었다. 알고 들어간 건 아닌데, 고풍스럽고 전망이 좋았던 이 집 <희몽인생>(戱夢人生, The Puppetmaster)은 <비정성시>를 만든 허우 샤오시엔이 1993년에 만든 영화 제목이었다. 대만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2.28 사건을 다룬 3부작 1, 2편이다. 어쩐지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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