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時差)
Posted 2012. 7.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
국내에 있을 땐 전혀 모르거나 느끼지 않다가 해외에 나오면 피부로 느끼고 금세 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시차(時差)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또는 동남아는 외국이더라도 시차가 없거나 한두 시간 정도지만, 뉴질랜드만 해도 썸머타임 포함해 4시간, 남아공은 거꾸로 7시간, 미국은 낮과 밤이 바뀌어 기본 13시간에 서부로 가면 그 이상이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뉴욕과 같은 동부 시간대를 써서 13시간 차이가 있다.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저마다의 전설적인 노하우가 있지만, 내 경우엔 딱히 내세울 특별한 비법이 없다. 집을 떠난 첫날 밤, 잠자리가 바뀐 데서 오는 낯선 기운에 뒤척거리다 늦게 잠이 드는 걸 빼곤 그런대로 잘 적응하는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지에서 둘째날쯤 되면 자연스레 약간 몽롱한 기운을 느끼고 피곤이 몰려오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아마 내가 시차에 크게 시달리지 않고 어렵지 않게 적응하는 데는 음식과 호기심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밥이나 김치 없이도 일주일 이상은 편하게 보낼 수 있고 - 물론 나와주면 반갑긴 하다^^ - 딱히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 음식 고생으로 말미암는 시차는 내게 별로 없는 편이다. 특히 패스트 푸드나 인스탄트 음식도 잘 소화하는 내 튼튼한 위에 감사할 뿐이다.^^
또 하나의 비결은 이국(異國) 풍경과 풍물, 사람, 관습, 문화 등에 대해 두루 왕성한 호기심을 느끼면서 구경하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시차를 느끼는 게 아까울 정도다. 그렇다고 꼭 매번 새로운 걸 보러 다니는 걸 말하는 건 아니고, 무엇을 보든 어디를 가든 보고 듣고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게 새롭고 흥미로워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시차보다는 나이 들어가면서 아무래도 체력이 슬슬 딸리기 시작하는데, 빨빨거리면서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전보다는 아무래도 덜하게 된다. 두어 달 전 직원들과 타이뻬이를 여행하다가 이틀 연속 저녁 8-9시쯤 호텔에 먼저 돌아와 씻고 쉬었는데, 으레 다시 야시장이나 24시간 여는 청핑서점에 갔을 것이란 예상을 깼다. 호기심도 이길 수 없는 특유의 귀차니즘이 발동할 때도 있고, 분주하게 다니는 것 못지 않게 한가하게 머무는 시간을 족하게 여기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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