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녀석들
Posted 2012. 11.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모락산 중턱 지금은 주등산로가 생겨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옛 등산로로 접어들면
칠팔 미터는 족히 되어보이는 산 속의 바위산이다. 경사만 조금 더 급하게 깎였다면 암벽
기어오르는 재미도 주었을 텐데, 낮은 산중에 있기 때문에 옆으로 돌아 올라가면 쉽게 원하는
높이를 확보할 수 있다.
보통 때는 주등산로의 잘 닦여진 길로만 오르내리기 때문에 몇 해를 다녀도 이 동네산의
생김새나 특징에 딱히 관심 가질 일은 없었는데, 다른 산들과 마찬가지로 군데군데 중간 쉼터
구실을 하는 이런 바위 무더기가 꽤 있었다. 며칠 전 점심산책길에 오랜만에 그 길로 들어섰다가
바위 틈새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의외로 제법 많다는 데 눈이 갔다. 저런 바위에서 키 작은
소나무 한두 그루 자라는 건 봤어도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듯 몰려 있는 게 이채로웠다.
돌과 바위가 많은 산에서 바위 틈새로 풀과 나무가 자라는 게 무어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 바위산에선 유난히 많은 나무가 바위 틈새를 비집고 한데 어울려 자라고 있었다.
아니, 자라는 정도가 아니라 뿌리를 깊이 내리면서 주변 나무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쭉쭉 뻗어
있었다. 바위 틈에서 저 정도로 자라려면 바위 속이건 틈새건 흙이 제법 쌓여 있어야 할 텐데,
겉으로 안 보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둘러보니 멀리서는 한 덩어리 같아보이던 바위산이 크고 작은 바위 여러 개가
모여 있고, 틈새 중간중간에 제법 흙이 두껍게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경사진 바위틈에 누가 일부러 나무를 심은 건 아닐 텐데, 이런 데서 자라는 나무들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생긴 것도 훨씬 먼저일 테고 크기나 구조로 볼 때 바위들이 나무를 지탱한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나무들이 깊고 길고 복잡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작은 바위들을
지탱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고 많은 땅들 놔두고 바위 틈새에서 어렵사리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나무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제 품을 내줌으로써 나무들과 공생하는 바위나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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