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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 Results for 'I'm wandering'

4140 POSTS

  1. 2011.09.04 맥북을 조금 손보다 3
  2. 2011.09.02 수어장대 4
  3. 2011.09.01 나비가 가린 길 2
  4. 2011.08.31 누이가 보낸 고사리 2
  5. 2011.08.30 비빔국수집 돌마리 9
  6. 2011.08.29 산성 북문에서 서문 가는 외벽길 2
  7. 2011.08.28 망가진 농구 골대 2
  8. 2011.08.27 재미 있는 공간 디자인 2
  9. 2011.08.18 왱이집 콩나물국밥 6
  10. 2011.08.17 전일갑오 황태구이 2
  11. 2011.08.16 아니, 이게 누구신가! 6
  12. 2011.08.15 여름휴가 2
  13. 2011.08.13 하남돼지집 3
  14. 2011.08.12 수리산에 오르다 2
  15. 2011.08.09 정말 시원하다 2
  16. 2011.08.08 g와 함께한 산행 2
  17. 2011.08.01 큰비 내린 뒤 검단산 2
  18. 2011.07.31 팔당댐 방류 2
  19. 2011.07.27 큰비에 하루 쉬기로 2
  20. 2011.07.27 천호동 쭈꾸미 골목 10

맥북을 조금 손보다

Posted 2011. 9. 4. 00:06,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몇 년 동안 거의 손에서 떠나지 않고 잘 사용하던 맥북이 얼마 전부터 벅벅대더니 급기야 어제 오후엔 아예 부팅이 안 되면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그동안 디카로 찍은 것들을 맥북에 연결하면 바로 불러오면서 맥북하드(160G)에 그냥 저장하다 보니 하드 용량이 거의 차서 헉헉댔고, 거기다 OS 업데이트를 한동안 소홀히 한 게 컸다.

맥이건 PC건 좀 공부하면서 써야 하는데, 맨날 쓰는 것들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보니까 응급 처치 능력도 못 기르고,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땜질 처방을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된 것 같다. 다행히 사무실에서 함께 일했던 형제 가운데 하나가 이 방면의 전문가라 마침 다른 일로 사무실을 방문할 일이 생겨 수리와 점검을 맡겨 몇 가지 진단과 처방을 받았다.

1. 맥을 포맷하고 새 OS를 깔았다. 하도 업데이트를 안해 10.5.9를 쓰고 있었는데, 10.7.1로 확 업그레이드 해 주었다. 맥북의 100G가 넘는 데이타를 일단 외장 하드에 옮겨놓으니 130G 넘는 여유공간이 생겨 당연히 빨라졌다.

2. 메모리가 2G였는데 4G로 곧 업그레이드 할 것과, 2T 용량의 외장 하드를 구입해 앞으로는 사진이나 주요 데이타는 거기에 보관하란다.

3. 맥북이 벅벅대고 헉헉거리면서 은근히 맥북에어로 갈아탈지, 집에 로즈매리를 위해 아이맥을 놓을지 등등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분간 이 고민은 보류하기로 했다. 아이패드2도 있고, 일단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진 데이타들을 외장에 잘 모아 정리하는 게 더 먼저란 생각이 들었다. 기기를 제대로 잘 다루지도 못하면서 하드웨어만 디립따 장만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진은 올여름 해인과 폴모(둘 다 뒷모습만 보인다^^)와 함께 갔던 시카고 애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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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장대

Posted 2011. 9.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남한산성 서문과 남문 사이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수어장대를 오랜만에 찾았다.
2층 누각인데 위용이 당당했다. 1층은 열린 구조로 볼 순 있지만 들어가진 못한다는 팻말이
가볍게 놓여 있고, 2층으로 통하는 목조계단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누가 쓴 휘호인지 모르겠지만 글씨가 무척 힘이 있어 보인다. 거의 활자체에 가까운
걸로 볼 때 당대 명필 중 한 사람이 쓴 걸로 보인다. 서예를 잘 모르지만, 이렇게 대중적인
필체를 맵씨있게 쓰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작은 글자가 아니고 큼지막하게 써야 하는
관아 현판 글씨는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큰 붓으로 호흡을 고르면서 천천히 
그러나 일필휘지했으리라.
 

남한산성을 지키던 부대가 주둔하던 일종의 관청이었던 이 곳엔 무망루란 다른 현판도
한 곳에 따로 모셨는데, 두 현판의 필치는 얼핏 보면 닮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
돌아가신 장형(長兄)이 당대 제일이었던 일중(一中) 선생 문하의 서예가여서 마음만 먹으면
기초를 배울 수 있었는데, 젊을 땐 뭐가 그리 바빴는지, 아니면 귀찮았는지 붓을 잡지 않은 게 
살짝 후회될 때도 있다.^^ 

우리가 요즘 쓰는 태극 문양은 문 위에 작게 그려져 있고, 양문에 걸쳐 커다란 삼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다. 처음 그렸을 때는 아주 선명했을 텐데 세월의 흐름과 함께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일반적으로 삼태극엔 황색을 많이 쓰는데 녹색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태극 문양의 방향도 조금 다른 것 같다. Anyway, 잠시 고풍스런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특별한 건 없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로즈매리가 휴대폰 바탕화면을 돌담 클로즈업한 걸로 바꿨다며
으쓱댄다. 역시 미적인 감각은 그녀가 한 수 위다. 이런 건 냉큼 따라해야 한다. 돌담을 줌인,
줌아웃 해 가며 여러 장 찍었다.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보는 것관 달리 느낌이 안 사는 것들도
있다. 그래도 이 돌담 앞에서 족히 5분은 머문 것 같다. 수어장대, 가만히 서서 또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것저것 볼 게 많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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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가린 길

Posted 2011. 9.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남한산성 수어장대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팻말에 앉은 나비가 거리를 감추고
있었다. 지명이나 방향을 가리기엔 제 몸이 조금 적어 만만한 숫자 위에 앉은 것 같았다. 
그깟 거리가 뭐 중요하냐며 그냥 둘이 이야기꽃 피우면서 걷다 보면 북문이 나올 거라
말 거는 것 같았다. 거리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다. 잠시 후
내 앞으로 날아와 두어 번 날개 재롱을 보여주곤 웃으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새 달, 새 계절이 시작된다. 이것저것, 여기저기 산만하고 분주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꾸준히 타박타박 걸어가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이 도착이다"고 했던 드니즈 레버토프
(Denise Levertov)의 시처럼 살아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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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가 보낸 고사리

Posted 2011. 8. 3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두어 주 전 미국에 사는 누이에게서 항공화물이 하나 배달됐다. 가로세로 40cm 정방형에 그리 무겁지 않은 상자였다. 뜯어보니 고사리 말린 게 한 뭉치씩 꽤 여러 개 들어 있었다. 그리고 송이 버섯 말린 것 조금하고 오메가3 두 병도 보냈다. 


미국 사람들 안 먹는 크고 실한 고사리가 야산에 지천으로 자라 있는 걸 놓칠 리 없는 의지의 한국 여성들이 삼삼오오 달려가서 캐다가 삶아 말려 먹고, 고국에 있는 식구들에게 보내는 덕분에 우리도 몇 번 받은 적이 있다. 로즈매리도 몇 달 전에 홍성에 깄다가 고사리를 캐 왔는데, 캐는 재미보다 삶아 말리는 품이 더 드는 노동이었다며, 누나가 이 정도 보내려면 꽤 힘들었을 거라고 한다.


고사리를 받으면 우선 고사리 나물을 해 먹는데, 이게 맛이 괜찮다.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중국산 농산물이 많이 들어오는데, 고사리도 중국산이 제법 되는 것 같다. 미국산이지만, 한국 여성이 가공한 거니까 반은 국산인 셈이어서(^^) 우리 식구들은 한 번에 두 접시 정도는 싹싹 비우고, 여기에 무채나 콩나물 하나 더한 다음 들기름 넣어 비빔밥을 해 먹을 때도 있다.


그리고 많이 해 먹는 게 육개장이다. 고사리가 많이 들어간 육개장은 언제 먹어도 맛이 있고 물리지 않아 이렇게 고사리 다발을 받으면 한솥 끓여서 두세 끼는 잘 먹는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도 육개장이 상에 오르면 땀을 흘리면서도 밥 한 공기 비우는 건 일이 아니다. 사골처럼 처음 끓인 건 영양 듬뿍으로, 두세 번 끓인 건 우려낸 진한 맛으로 입맛을 돋군다.


뭘 그런 걸 고생해서 따 오고 삶아 말려 보내냐는 고마운 인사에 그런 건 일도 아니라는 누이의 말엔 두고 온 식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듬뿍 담겨 있다. 가을엔 누이의 생일도 있어 이번엔 우리도 뭔가 보내야겠다고 필요한 거 없냐 물으면 으레 손사래를 치면서 없다고 하니, 묻지 말고 알아서 챙겨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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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국수집 돌마리

Posted 2011. 8.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동네에 싸고 맛있어 생각나면 언제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고, 가까운 벗들을 데려갈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는 건 차라리 축복이다. 우리 동네에도 <무진장>이란 메밀홍합 짬뽕집이 있어 입이 즐거웠는데, 얼마 전에 그만 없어져 버렸다. 그 상실감이란!

토요일 저녁 남한산성 산책을 마치고 고골에서 메밀동치미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마침 차가 그 골목을 지나쳐 버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무진장이 있던 집이 주인이 바뀌어 수리를 마치고 새로 문을 연 게 눈에 띄었다. 유턴해서 그 집에 들어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내부는 화사하고 세련되게 변해 있었다. 전에 있었던 무진장은 음식맛은 있었지만 인테리어는 별로였는데, 이 집은 로고와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그런대로 타이포그래피로 멋을 내 도회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게 오히려 음식맛은 없을지 모르겠단 기우가 생기게 한다.

바로 건너편에 우글거리는 바지락 칼국수집 황도가 있지만, 이상하게 거긴 잘 안 가게 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인지 실내는 꽤 넓었는데, 아직 잘 안 알려져서인지 토요일 저녁 시간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차고 비는 건 음식맛이 좌우하는 것으로, 맛이 관건이다.


메뉴판을 보면서 이 집 괜찮을지 모르겠단 느낌이 들었는데, 메뉴 하나 단촐하다. 국수와 만두 달랑 둘이다. 찬 국수와 뜨거운 국수니까 셋인 셈인다. 가격 무난하시고, 곱빼기는 천원 더 받는 정책도 괜찮다. 비빔국수 보통과 곱빼기를 하나씩 시켰다.


육수 따라 먹는 기계가 있는데, 셀프로 이용할 수 있었다. 육수를 따라와서 테이블에서 즐기도록 작은 주전자들이 여럿 준비돼 있는 게 보기 좋았다. 우린 테이블도 가깝고 해서 컵을 가져가 따라와 먹었는데, 오~홀! 이 육수맛, 진하기와 간이 지대루다. 전문용어로 대박이라고 하던가.^^


처음엔 내 컵에 따라온 육수맛을 보던 로즈매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둘이 합해 예닐곱 잔은 마셔준 것 같다. 다음엔 주전자에 따라와서 본격적으로 마셔주어야 할 것 같다. 그냥 마시기에도 좋고, 경북 영양 고추를 쓴다는 비빔국수의 은근한 매운맛을 중화 시키는 데도 적당했다.

 

주문하면 국수를 삶기 때문에 시간이 약간 결려 비빔국수가 나왔다. 주문 후 1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비주얼, 무난했다. 백김치와 양파를 고명으로 많이 얹은 게 특이했다. 비빔국수는 두 가지가 좋아야 한다. 첫째, 뭐니뭐니해도 면발, 국숫발이 좋아야 한다. 로즈마리 말로는 예술적으로 삶았단다.^^ 약간 쫀득기가 있는 게 살짝 씹는 맛이 있었다.


둘째, 얹어나오는 고명보다 비벼주는 양념이랄까 다대기가 특색 있어야 한다. 너무 매워도 안 되고, 너무 달아도 안 된다, 그래서 국수집마다 특제 양념비법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둘은 사실 그렇게 미세하고 까다로운 입맛은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괜찮다, 별로다 둘 중 하나를 찜하곤 하는데, 다행히 이 집 비빔장맛은 괜찮았다.


뜨끈이 국수는 잔치국수 맛이라는데 조만간 만두와 함께 맛볼 예정이다. 비빔국수만 놓고 보면 우리 둘 다 다시 갈 용의가 있고, 다른 사람들을 데려갈 마음도 있다.^^ 가격과 분위기, 맛 총점은 5점에 4.2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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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북문에서 서문 가는 외벽길

Posted 2011. 8.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토요일 늦은 오후 오랜만에 로즈매리와 남한산성을 다녀왔다. 10여 분 걸리는 고골유원지에

주차하고 20분 정도 1km를 오르면 북문이 나오는데다 숲이 울창해 둘이 검단산 산곡 방면과 함께

자주 다니는 길이다. 8월 마지막 주말 하늘은 높고 푸르고 흰구름도 두둥실 쾌청하지만 제법

무더운 날씨였다.


등산로 초입에 오래된 벤치가 하나 있는데, 온통 풀로 뒤덮여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얼마 안 떨어져 계곡물이 흐르는데다 초입이라 원래도 딱히 앉을 사람은 없어보이는 지점에 놓여

찾는이가 없으니 이렇게 수풀들 차지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온통 초록에 비주얼은 좋았다. 


고골에서 산성 북문 가는 길을 세미길로 불렀단다. 그냥 부르기도 좋지만 뜻을 아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강 나룻배로 물자를 실어와 마소로 여기까지 부린 다음엔 등짐으로 남한산성에
옮겼다는 것이다. 동네 이름과 당시 도로 사정, 운반 시설과 인부 등이 잠시 사극의 한 장면인 양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남, 계백 등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북문까지는 숲 사이로 별로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서문까지 갈 생각으로 왔는데,
잠시 성벽 안길로 갈지, 바깥길로 갈지 고민하다가 많이들 안 다니는 외벽길로 접어들었다.
북문에서 서문은 다시 1km인데, 평탄해서 얼마 안 걸리기 때문에 외벽을 걸어도 사실
별로 힘들 건 없다.

작년 5월에 남한산성을 북문-서문-남문-동문-북문 외벽길로 일주한 적이 있는데,
두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서문 가는 길은 한여름이라 풀이 많이 자라 있긴 했지만, 예상대로
힘들진 않았다. 성안길로는 다니는 이들이 꽤 되지만 여름철에 이 길은 거의 다니는 이가
없어 고즈넉하고 한가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5분을 채 못 가 무릎을 넘어 허리께까지 자란 수풀로 길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을 보내면서 제멋대로 자란 풀들 세상이었다. 외벽길은 왼쪽으론
산성을 끼고 있지만, 오른쪽은 산 아래로 비탈이 심해 잘 살피지 않고 잘못 디디면 자칫 굴러
떨어질 수도 있는 길이다. 초행길이었다면 당황했을 것 같다.

둘 다 반바지에 등산화 차림이고 손엔 아무것도 없어 거의 무릎으로 수풀을 헤치면서
나가야 했다. 풀독이 오를 수도 있고, 행여 길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잠깐 들었지만,
그렇다고 되돌아가기도 뭐해 그냥 전진했다.

도중 두어 곳에 생뚱맞아 보이는 월담하지 말라는 알림판이 서 있었다. 평소라면 뭘 이런
걸 세워놨나 했을 텐데, 오늘은 우리 마음을 알아차리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성벽이라기보다는
담벼락에 가까워 낮은 데를 고르면 월담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는데, 소셜 포지션과
모랄 에티켓 그리고 두어 번 다녀본 타박타박 트렉커 경험으로 존중해 주기로 했다.
 

고진감래, 다시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햇빛도 비춰온다. 2/3쯤 온 것 같은데,

옆으로 길게 옹벽이 보이고 그 사이로 성안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었다. 옹벽부터 서문까진

바깥길도 산책하기 편한 길이 이어져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봄가을엔 앞사람 뒷축을

보며 걸어야 할 만큼 많이 몰리는 인기 있는 길이다.


서문에 이르니 안 다닌 사이에 위례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팻말이 많이 늘었다. 서문으로

들어가 그늘을 찾아 갖고 온 냉커피 한 잔 마시면서 두부과자를 먹으니 이것도 별미로다.

5백 미터 거리의 수어장대(West Command Post)까지 가서 오랜만에 자세히 구경하고 다시

서문-북문-고골을 거쳐 하남에 새로 생긴 국수집에 들리는 걸로 산성 나들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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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농구 골대

Posted 2011. 8.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교회 수련회가 열렸던 충주호 리조트는 숙소에서 강당까지 가려면 조금 걸어야 했는데,

가는 길에 농구 골대가 있었다. 잡초가 무성한 걸로 봐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돼 보였는데,

게다가 한쪽 골대는 링이 아래로 꺾어져 있었다. 이러면 슛을 쏠 수가 없다.


2, 30대 가정이 많은 교회라 수련회에는 아이들이 많이 와서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했다.

노란색 풍선 하나가 땅에 뒹굴고 있었는데, 탱탱하게 부풀었던 풍선이 날아와 예서 터진 건지,

아니면 불다가 터져 쓸모없어져 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이러면 풍선을 불 수 없다.


처음엔 둘 다 멋져 보이고 기대를 불러 일으켰지만, 낡아 바스러져 무너져 내리거나
터지고 버려져 밟히는 신세가 됐다. 둘 다 새 것으로의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망가져 못 쓰게 된 걸 아깝다고 그저 늘어놓고 있진 않는지,
과감하게 버릴 건 없는지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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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는 공간 디자인

Posted 2011. 8.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충주호 리조트는 20층 건물인데, 가운데가 뻥 뚤리고 둥그렇게 지어졌다. 외관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선줄 알았는데, 이렇게 지으면 사방으로 객실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방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호텔 가운데도 이렇게 지어진 건물들이 여럿 있었던 것 같다.

얼핏 보면 커다란 눈같이 생긴 이 사진은 시카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4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는데, 층별 관람을 마치고 무심코 내려다 봤을 때 재미 있는 구도가 잡혔다. 조금 더 감각이 있었다면 다른 각도에서 찍어 좀 더 멋진 사진이 나왔을 것 같다.

아래는 타이베이에 있는 대만 국립사범대 도서관 내부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인데, 이 도서관은 외관은 수수한 게 별다른 특색이 없었지만 내부는 아주 스마트하게 디자인 된 멋진 건물이었다. 이런 도서관이라면 기꺼이 다시 대학을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맘에 쏙 들었다. 보유하고 있는 장서도 백만 권이 넘는 게 장난이 아니었지만, 요는 책과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분위기가 아늑하고 쾌적해야 하는데, 이 여러 가지를 두루 갖추고 있어 보였다. 이 대학의 경쟁력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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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이집 콩나물국밥

Posted 2011. 8.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요즘은 대개 어딜 가기 전에 블로그 검색을 통해 그 지역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어느 정도 살피고 움직이게 된다. 그러면 어디어디를 가고, 무엇무엇을 먹을지 대강 견적이 나온다. 20시간 남짓 머문 전주에서 전주비빔밥(가족회관), 가맥집(전일슈퍼), 콩나물국밥(왱이집), 베테랑분식의 칼국수를 먹었으면 했는데, 마지막 거만 빼고 맛집 순례를 잘 했다.


화요일 늦은 아침 그러니까 브런치 격으로 찾은 왱이집은 한옥마을에서 걸어갈 수 있는 콩나물국밥 골목에 있었는데, 간판은 좀 촌스러웠지만 맛집에 꼭 필요한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어서 문제가 안 됐다. 콩나물국밥에도 육수가 필요하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밥 먹고 계산하면서 여주인에게 어떻게 만드냐고 했더니, 장사 수십 년에 육수 비법 묻는 사람 처음 봤다면서도 흔쾌히 영업 비밀 몇 가지를 일러 주었다. 


실내는 제법 넓었는데, 뒤로 별관이 따로 있었다. 콩나물국밥으론 첫 손가락에 꼽히는 집이어서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데, 우린 <혼불>의 작가 최명희 문학관 구경을 하고 아침 10시 반쯤 갔더니 다행히 자리에 여유가 있었다. 


이렇게 식사 때를 피해 가면 여유 있게 자리해서 바로 먹는 장점도 있지만, 맛집 특유의 바글바글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기다리는 잔재미는 누리기 어렵다. 복불복이다. 그래도 딱 아침과 점심 중간 시간이고 평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만한 손님도 적은 건 아니었다. 무엇이 이 집을 소문나게 만들었을까?


메뉴는 5천원 짜리 콩나물국밥 하나다. 재료가 소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손꼽히는 전주맛집인데 가격이 참 착하다. 일단 맘에 확 들었다. 반주로 마시는 모주는 도수 1.5% - 무알코올에 가깝다 - 의 전주 약술인데, 도착한 첫날 밤에 숙소옆 구멍가게에서 한 병 사서 이미 맛을 본 바 있어 시키지 않았다. 계피맛 나는 걸죽한 건강 음료였다.


자리에 앉으면 반찬 3종 세트를 내오는데, 잘 익은 김치와 열무김치를 양푼에, 깍두기와 오징어젓갈이 적당량 담겨 나온다. 김치가 셋인데, 하나같이 맛이 괜찮았다. 아직 메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얼마 안 지나 드디어 콩나물국밥과 수란이 나왔다. 서울에선 보통 계란이 국밥에 풀어 나오는데, 전주는 이렇게 수란을 주나 보다. 국물은 맑고 시원했다. 간도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게 적당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심한 맛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는 펄펄 끓여 나와 후~후 불어가며 먹는데, 여긴 온기가 적당한 게 그냥 떠먹기에 적당했다.

콩나물은 불순한 구석 없이 아삭아삭 씹히는데, 나오면서 보니까 주방 바닥에서 할머니 한 분이 콩나물을 한 다라야 놓고 다듬고 계셨다, 원래 그분 담당인진 모르겠지만, 남들에겐 허드렛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가장 중요한 재료를 숙련공(^^)이 맡고 있다는 점도 이 집에 믿음이 가게 만들었다. 모름지기 맛집엔 이런 가오가 있어야 한다. 


내가 손에 뭘 묻히길 싫어하는 샌님이라 김을 잘게 잘라 넣지 않고 대충 넣었더니 비주얼은 좀 별로가 됐지만, 수란 맛도 좋았다. 국물을 몇 숟가락 떠 넣고 저어서 먹으니 비리지도 않고 나름 별미였다.


이렇게 맛과 가격에서 고루 미덕을 갖춘 음식에 대한 예의는 국물 하나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주는 것이다. 사실 화요일 오전 전주 날씨는 한여름 폭염이 내리쬐는 무더위라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지치기 십상이어서 아침부터 뜨끈한 국물 음식을 먹는 게 어찌 보면 부담일 수 있는데, 이집 음식은 마치 배고픈 식객을 반겨주기라도 하듯 남길 게 없었다.

식사는 끝났지만 이 집 칭찬을 좀 더 해야겠다. 테이블에 놓인 휴지가 두루마리나 형광 처리한 냅킨이 아닌 마트에서 파는 브랜드 각휴지였다. 식당 휴지 치고는 단가가 제법 나가는 고급이었다. 마무리까지 제대로 손대접하려는 이 집의 자존심이 느껴졌다.

계산대 옆에는 튀밥 포대가 놓여 한주먹씩 집어 먹게 하고 있었다. 종이컵을 사용해도 안 되고, 양 손을 사용해도 안 되고, 딱 한 주먹씩만 집으라는 위트 있는 멘트와 함께. 이 집의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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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갑오 황태구이

Posted 2011. 8.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토일월 교회수련회를 마치고 전주 한옥마을을 1박2일로 다녀왔다. 4시 반쯤 도착해 전주비빔밥으로 늦은 점심 겸 저녁식사를 하고, 골목을 구경하면서 숙소를 정했다. 전주는 30도가 넘는 무더위라 조금만 걸어도 축축 늘어져 샤워를 하고 쉬다가 9시 넘어 블로그에서 본 가맥집 전일갑오를 찾았다. 


원래는 전일슈퍼였는데, 갑오징어의 갑오로 이름을 바꾼 것 같았다. 한옥마을이 끝나는 농협 건너 골목에 있었다. 슈퍼 앞에 H사 박스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걸로 봐서 예사 슈퍼 같지 않아 보였다.


가맥은 가게 맥주집 또는 길거리 맥주집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전일슈퍼란 동네슈퍼에서 퇴근길의 동네 사람들이 병맥주를 시킬 때 간단한 안주로 내놨는데, 이게 히트를 쳐서 지금은 슈퍼보다 가맥집으로 유명세를 타기에 이르렀다. 가는 길을 몰라 택시를 탔는데, 가 보니 한옥마을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우리같이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하도 이 집을 찾아 기사분들은 누구나 아는 집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동네 골목에 자리잡은 슈퍼였는데, 가게 앞에도 앉을 수 있지만, 작은 슈퍼 안으로 들어가면 제법 큰 규모의 왁자지껄 거나한 선술집 분위기가 펼쳐진다. 저 홀 안에 또 탁자 서너 개가 놓인 작은 방이 있는데, 우리가 들어섰을 때 마침 거기에 한 자리가 나서 잽싸게 일단 앉았다.


테이블에 앉으면 일단 아주머니가 세 병을 들고 오는데, 이 집은 이게 기본 같았다. 우린 주당이 아니고 전주의 나이트 라이프를 구경하면서 기분 내러 온 관광객이라^^ 한 병만 시켰다.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분위기가 꼭 어차피 추가로 시킬 거면서 이상한 손님들이군, 하는 것 같았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8천원짜리 황태구이다. 계란말이, 갑오징어 구이도 많이들 시키는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이 서넛만 됐어도 골고루 시켰을 것이다. 거짓말 안 보태고 1분도 안 지나 스덴 쟁반에 노릇한 황태구이와 양념장이 나왔다. 끝내주는 스피드다. 모름지기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다.


꾼이나 주당이 아니어서 황태 하면 북어 비스무리하게 딱딱하고 질긴 놈인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부드럽고 상당히 실한 놈이었다. 두툼한 살이 짜악 짝 잘 찢어졌고,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연신 간장쏘스에 찍어 입에 넣기 바빴다. 


이 집의 황태를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는 간장쏘스인데, 잘게 썬 청양고추와 참깨가 전부로, 뭐 특별할 것도 없어 보였지만, 이게 맛이 묘한 게 황태와 환상적인 궁합을 과시했다. 아마 간장에 특별한 맛을 내도록 손을 쓴 것 같았다. 


마요네즈를 넣은 장도 있다길래 가서 달랬더니, 이것도 입에 착착 붙는다. 이러니 기본 세 병이고, 탁자 위엔 빈병들이 계속 쌓여가는 것 같았다. 재밌는 건, 이 집이 슈퍼이므로 앉아서 시킬 수도 있지만 가서 사다가 갖고 오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마요네즈 간장쏘스를 얻으러 간 김에 수북히 쌓인 황태구이 작업장을 놓칠 수 없다. 십여 마리 넘게 구어져 있어 주문에 바로바로 대령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황태도 좋은 걸 쓰겠지만, 연탄난로에 굽는 솜씨도 남다르기에 이렇게 입소문, 블소문이 나서 나같은 사람도 불러 모으는 게 아닐까. 


다 먹고 일어서려니까 두상만 남은 황태머리와 짜악 짝 찢을 때 바스라져 부스러기가 된 것들이 마치 양명문 사, 변훈 곡의 가곡 <명태>의 한 구절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작은 감동이었다.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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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누구신가!

Posted 2011. 8. 16. 16:3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나들목교회에 와서 처음 참석한 전교인 수련회 - 총동원, 전교인 이런 타이틀은 조금 촌스럼다^^ - 첫날 저녁. 수련회 티셔츠로 갈아입고 한쪽 구석에 앉아 순서가 시작되길 기다리다가 셀카를 찍었다.

보통 수련회 티셔츠는 수련회장에서나 입게 되고 다른 자리에서 입긴 불편한데, 이 티셔츠는 내가 그동안 보고 입어본 것들 가운데 컬러나 디자인이 제일 멋지고, 괜찮고, 실용적이다. 이번 수련회 주제가 <나의 힘, 우리의 힘, 교회의 힘>이었는데, 난 이 티셔츠 <디자인의 힘>이 더 느껴진다.

내가 오른쪽에 앉아서 셀카를 찍기엔 손이 자연스럽지 않아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 위해 몇 번을 찍었다 지웠다 해야 했는데, 가만히 보니 사진이 조금 이상했다. 우리 둘 사이에 누가 끼어 있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병구 형제가 우리 뒤에 앉아 있다가 셀카 놀이하는 우리 틈새로 얼굴을 들이댄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장난스럽고 익살스런 표정으로 말이다.

병구 형제는 이번 수련회에서 오전 찬양 시간을 이끌었다. 멀리서 급하게 찍다 보니 사진이 흔들렸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듯 동안에 핸섬가이다.^^ 대학 시절부터 노래운동을 해온 그는 싱어송 라이터답게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였다.

그의 찬양 인도를 처음 본 로즈매리는 졸지에 그의 팬이 됐다. 잘한다고, 참가자들과 코드를 잘 맞춘다면서, 부드러운 면모 속에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는 촌평도 곁들였다. 음~ 나랑 오래 살더니, 사람 볼 줄 아는구먼.^^ 사실은 g도 강의를 두어 번 듣더니 그의 팬이 된 지 오래다. 음~ 이렇게 되면 위기상황이다. 우리집 두 여자가 그를 너무 좋아하지 말아야 하는데..

복상 편집장과 막내 편집위원부터 시작해 꽤 오랜 시간 알아왔지만, 함께 찍은 사진이 거의 없었는데, 작년 7월 미국 코스타를 마치고 오헤어 공항으로 함께 와 나는 해인과 이틀 더 머물고, 그는 가족을 맞으러 LA로 가는 길에 모처럼 둘이 찍은 사진이 있었다. 둘 다 금요일 자정 전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계속된 평가회까지 함께하느라 날밤을 새 푸석푸석한 얼굴이다.

너무 좋다고만 하면 뭐하니까, 팬 서비스 차원에서 망가진 모습도 감상하시라. 작년 가을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로잔대회에 함께 갔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피곤에 찌든
그를 잡았다. 20시간 가까운 비행에 지쳐 모포를 뒤집어쓰고 자다가 아침 기내식을 먹는 초췌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상의 영성을 추구하는 그는 먹는 모습도 경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