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웠던 날의 산행
Posted 2013. 1.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수은주가 영하 16도 아래까지 내려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그저께 목요일 점심시간에 새해 첫 산행을 시도했다. 낮 시간도 영하 10도는 족히 되는 칼추위에 슬쩍 꾀가 나기도 했고, 굳이 오늘 같이 추운 날은 따땄한 식당에서 팔팔 끓는 김치찌개 먹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마음 다른 한 구석엔 그냥 미루지 말고 올라갔다 오자는 결의도 피어올랐다.
위 아래 내복을 입고, 바지도 골덴 바지에 목장갑을 껴서 몸은 그리 추운 줄 모르겠는데, 문제는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얼굴, 특히 귀가 시렸다. 사무실에서 입는 후드 점퍼의 모자를 써 봤지만, 바람이 그대로 들어와 소용 없었다. 털모자를 준비 안한 게 후회됐지만, 이럴 땐 체면 불구하고 모자 끈을 바짝 잡아당겨서 바람 들어올 틈 없이 질끈 동여매는 수밖에. 그리 볼품은 없어도 바람을 막아주니 살만 했다. 인증샷을 남기고 타박타박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차가운 날씨에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오르막길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 그래도 이 추위에 간간이 중무장한 등산객들이 보인다. 여간한 매니아들 아니고선 엄두가 나지 않았을 텐데, 대단한 사람들이다. 행여 바람이라도 들어올까봐 고개도 못 들고 땅만 바라보며 20여 분 넘게 오르노라니 사인암에 이르렀다. 됐다!
눈 내린 산본 수락산과 과천 쪽 관악산 정상부가 오늘 따라 더 선명하게 보였다. 날이 맑은데다가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어 산의 윤곽이 뚜렷하게 살아 있다. 올라오는 동안 몸은 약간 열이 났지만, 여전히 노출된 얼굴 표정은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하긴, 이런 강추위에 히죽히죽 웃는 게 더 이상해 보이겠지. 내려올 땐 아이젠이 필요할 것 같았지만, 그냥 내려올 만 해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아래로 향했다. 한 시간이 몇 시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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