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엔 만두
Posted 2012. 1.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이번 설에도 많은 음식을 먹었다. 본가에선 명절 대표음식 빈대떡과 동그랑땡을 포함한 각종 전과 돼지갈비찜에 삶은 만두 그리고 떡국을, 장모님이 계신 화성 둘째 처형네에선 게찌개와 새우구이, 들깨수제비와 치킨까지 두루 먹었다.
여러 식구가 모이니까 식탁에 다 앉을 수 없어 거실에 교자상을 깔아야 했는데, 요즘은 식당이 아니고선 이렇게 바닥에 앉아서 상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주방과 가까이 놓인 식탁이 여러모로 편하긴 하지만, 뜨끈한 방바닥에 둥그렇거나 각진 상을 깔고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점점 사라져 가는 풍경이 되고 있다.
우리는 배추김치만 해 먹지만, 김장김치 외에 알타리 무김치에 동치미, 물김치가 함께 나와 입이 즐거워질 수밖에 없다. 총각 무가 하도 커서 한 입에 먹을 수 없어 가위로 잘라 로즈마리와 나눠 먹었다. 고봉까진 아니어도 수북하게 푼 밥공기는 나도 조금 많은데, 로즈마리가 미리 반쯤 덜어내고 있다. 예전엔 저 밥까지 내가 먹었는데, 요즘은 아니다.^^
사실 본가의 설이나 추석 대표음식은 삶은 만두다. 오후 내내 전을 부치고 둘러앉아 10센티는 족히 되는 왕만두를 준비한 만두속과 만두피가 끝날 때까지 최소한 백 개에서 이백 개는 빚어 저녁에 메인으로 먹고, 아침엔 떡국에 넣어 또 먹는다. 속이 알찬데다가 바로 해서 삶아 먹으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원래 만두 대장인 나는 앉은자리에서 요즘도 이십 개는 거뜬히 먹을 수 있고, 살찔 걱정 붙들어 두고 마음껏 먹는다면 아마 삼십 개도 먹어댈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만드는 만두에 있어서는 가히 대식가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명절이 지나면 산에 다니면서 뺀 살이 다시 붙어 또 다시 산을 찾아야 하는 즐거운 고민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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