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산행
Posted 2011. 5.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하는 분위기였다. 밖에 나갔다 오면 얼굴이 푸석푸석해지는 느낌이 들고, 마치 흙먼지라도
뒤집어쓴 듯해 손과 얼굴을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닦았다.
토요일이 마침 4월 마지막날이다. 금년 들어 주말 산행을 거의 거른 적이 없어 오전에
내리던 비가 그치는 걸 보고 점심을 먹고 습관처럼 혼자 집을 나섰다. 우산을 갖고 가라는 걸
황사도 많이 걷혔으니 비 오면 까짓거 맞지 뭘, 하고 배낭에 물만 한 병 넣고 곱돌약수터
방향으로 검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에 오랜만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일기가 안 좋아 다들 쉬는 모양이다. 돌길을
지나 쉼터를 지나 꼬부라지는 지점까진 안개가 그리 심하지 않아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됐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계속 올라가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안개는 두터워졌고 점점
가시거리가 짧아졌다. 헬기가 착륙하던 툭 터진 공터에 올라서는데 저쪽에서 한 사람이
내려오고 있었다. 피차 속으로 한 마디씩 했을 것이다. 아, 이 날씨에~
평소 같으면 봄햇살을 맞으며 산을 찾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쉬어가기에 딱 좋아 활기에
넘치는 곳인데, 오늘은 인적이 드물다. 저 안개가 끝나는 지점을 지나면 깔딱고개가
시작되는데, 이렇게 가려있으니 오히려 맘이 차분해진다.
10여 분 정도 깔딱고개를 깔.딱.하고 넘어 정상이 보이는 돌계단에 접어드니 하산하는
이가 그림자로 보인다. 바로 앞도 거의 보이지 않는 정상엔 너댓 명이 앉아 쉬거나 내려올
채비들을 하고 있다.
온 길로 되돌아 내려오려다가 방향을 바꿔 유길준 묘소 쪽의 조금 긴 길을 택했다.
터덜터덜 잘 내려왔는데, 묘소 지나 평평한 길에 접어들자 기다렸다는듯이 후두둑 비가
뿌려대기 시작한다.
배낭커버만 씌우고 비를 맞고 10분을 부지런히 내려와 큰 길을 건너 산곡천 징검다리를
건너려는데, 물이 발목까지 차면서 등산화 속으로 들어와 결국 자켓과 모자, 등산화가
온통 물에 젖었다. 비를 쫄딱 맞고 현관에 들어서니 로즈매리가 한 마디 한다.
거, 우산 갖고 가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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