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져도 멋있다
Posted 2016. 3.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춘삼월 봄이 오면서 산길도 슬슬 기지개를 펴고 작은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지난 겨울에 비해 외관상 뚜렷한 변화는 안 일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올라간 기온으로 산색부터 달라졌다. 새로 일어나는 변화도 있지만, 원래 자리를 지키던 것들이 눈에 띄기도 하는데, 부러진 나무들도 그 중 하나다.
사람의 손을 탄 것 같진 않고, 비바람 번개가 심하게 와서 부러진 나무는 마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등산객들을 맞이하는 포즈다. 남아 있는 것보다 부러져 나가 누워 있는 게 큰데, 겨우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봄이 되면서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단산이나 모락산 같은 동네산에서 부러진 나무를 볼 때마다 두 해 전 여름 요세미티에서 만났던 부러진 나무들 생각이 난다. 높은 산 우람하고 울창한 나무들이 즐비한 숲길을 걸으면서 경탄을 연발하다가 중간중간 번개에 부러져 나간 나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경치 좋은 곳에서 부러지고 쓰러진 나무들은 보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한 그대로 두는 것 같았다.
썩어도 준치라고, 요세미티의 부러진 나무들은 하나같이 볼만 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예술적 풍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주변 풍광과 그렇게 잘 어울려 보일 수가 없었는데, 시간만 되면 이런 것들만 찍어 화보집을 만들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내가 몰라서 그렇지, 아마 이런 책들이 이미 제법 있을 것 같다). 쵝~오! (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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